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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유레카] 직장운동부 / 김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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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62년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직장운동부를 설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10조). 이때 공공기관은 직장인 1천명 이상으로 정하고, 수입 등 경영 악화로 인한 인원 감축이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직장운동부 설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예외를 두었다(시행령 7조).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직장운동부를 두도록 한 것은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국가의 제도적 장치였다. 운동경기부는 선수로 구성된다고 했는데, 여기서 선수란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에 등록된 자(2조)로 ‘전문 선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자료를 보면, 직장운동부는 일반선수팀으로 분류되는데 공사 등 공기업, 군대, 지자체가 운영하는 팀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7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가 운영하는 지자체팀의 예산은 2017년의 경우 4조1686억원으로, 중앙정부의 체육예산 1조5175억원의 2.7배에 이르렀다. 한국의 엘리트 선수 양성은 수십년간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해 이루어진 것이다.

고 최숙현 선수가 소속됐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도 지자체가 팀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직장운동부 설치 등을 비롯한 체육 업무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의 지도·감독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10조5항).

하지만 60년 가까이 제도가 운용되면서 지도자나 선배 선수의 괴롭힘 문제는 걸러지지 않았다. 세금이 지출되면 그것으로 끝이었고, 선수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국체전 등 지자체 간 대항전에서 성적만 내면 폭력 감독이라도 계약이 연장됐다.

그러다 보니 “국민체육을 진흥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여 명랑한 생활을 영위하게 한다”(1조)는 법의 목적은 사라지고, “체육을 통해 국위선양에 이바지한다”(1조)는 성적 지상주의 문화만 남았다.

고 최숙현은 ‘철인’만 할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을 사랑한 선수다. 그가 좋아하는 운동을 지도자의 격려와 칭찬을 들으면서 신나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은 한국 체육의 비극이다. 그것은 체육을 정치 수단화해온 국가주도 체육정책의 실패이기도 하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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