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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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0시 1분 북악산 숙정문 성곽 옆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전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실종됐다가 수색 7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실종 전날까지도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시장으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현직 시장의 사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갑작스러웠기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박 시장의 유언장은 전날 공관 서재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유언장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 적혀있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자신의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추행 피소' 박원순, 페미니스트 자처하며 여성정책 강조했기에 더욱 충격
박 시장은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왔다. 때문에 서울 시민을 비롯한 누리꾼들은 충격적이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 인권 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다. 1993년 소송 제기 후 약 6년 만에 피해 여성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박 시장은 이 사건의 공동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소송을 주도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1980년대에는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부천 경찰서 권인숙 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했다.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모든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목표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2012년 '여성의 날'을 맞아서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서울 여성들이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시의 모든 예산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성평등 관련 조례 제정, 여성건강지원센터 설치, 범죄예방환경설계 도입, 싱글 여성을 위한 안심주택 보급 정책 등도 내놨다.
성희롱 근절 캠페인 출범식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출처:연합뉴스 |
박원순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이는 박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 씨다. A 씨는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 접촉을 당했고, 텔레그램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됨에 따라 A 씨의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게 됐다.
안타깝지만 2차 피해 막기 위해 의혹 규명 필요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나 피해자 입장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광역 단체장으로서 그의 죽음은 충격을 안겼다. 시장으로서의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논란에 대해 어떠한 바로잡음도, 인정도, 변명도, 사과도 없이 사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충격적이지만 성추행 의혹에 대한 정확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향후 수사의 향방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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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2차 피해 막기 위해 의혹 규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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