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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고]대학, ‘파괴적 혁신’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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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학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입학생 감소와 12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깊어지던 참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아 휘청이고 있다.

경향신문

이선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 전 교수평의회 의장


최근 원격수업 학기로 인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를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2학기에도 코로나19 2차 유행설이 돌면서 미등록 사태까지 현실화한다면, 대학 현장은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의 한가운데 놓일 것이다.

대학 등록금 반환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대학교육이 공공재인지에 대한 판단과 연결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가치를 되묻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 취지나 방법들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고등교육은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의 국가 책무라는 측면에서, 대학이 등록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아가 역대 정부가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명분으로 삼아, ‘입시·재정·감사·보조금 지원기준’의 4각 규제로 대학들을 통제하면서 등록금 동결을 견인해왔던 정책적 업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위기가 일시적인 정부 재정 지원으로는 해소될 수 없어 대학들의 고민이 깊다. 가뜩이나, 투자 시간과 비용을 상회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대학교육으로부터 Z세대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와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교육 서비스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외면과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대학은 존폐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엄중한 기로에 서 있다.

대학이 요구받는 교육 서비스 변화의 주요 방향은, 언택트(비대면) 교육에 부응키 위한 기술 정비와 디지털 산업환경이 요구하는 융합교육 제공으로 압축된다.

전자의 경우엔 온·오프 학습이 혼합된 다양한 학습법 개발 등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자 역시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고 공부해야 하고, 피교육자도 이에 적응해야 하므로 교육현장의 광범위한 변혁 노력과 비용 투자가 예상된다. 후자의 경우에도, 융합교육 제공을 위해선 기존의 학과와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학과나 학사 운영의 틀까지 변경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파괴적 혁신이론’으로 완성시킨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국이 한때 세계 시장에 도전해서 파괴적 혁신으로 성장했듯이 다시 산업을 선도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때의 혁신은 효율을 높이는 정도의 안이한 수준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하는 파괴적 혁신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자가 될 수 있는 영역으로 ‘교육과 헬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꼽은 것은 그나마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는 만큼, 미래 인재 양성의 본분을 다하려면 창조적 파괴로 거듭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교육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재 사회가 기대하는 대학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 혁신의 과제를 푸는 데는 대학만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다. 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가 중요한 선결요건이 돼야 하며, 결론적으로 대학 혁신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선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 전 교수평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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