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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매경데스크] `버블`과 `재평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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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킨들버거의 함정'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교수는 버블의 역사를 천착하기로도 유명했다. 그의 명저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를 다시 꺼내들었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며 버블과 이후에 반드시 따라오는 패닉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우선 드는 생각이 인류의 역사에는 투기와 버블의 사례가 참으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킨들버거가 던져주는 인사이트 이전에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놀라게 된다. 흔히 튤립 투기와 일본의 1980년대 말 버블을 거론하지만 이외에도 버블의 역사는 무수히도 많다. 아이작 뉴턴도 당했다는 1720년대 영국 남해회사 버블, 대공황을 초래한 1920년대 말 미국 주식시장 거품 등 17세기부터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버블과 뒤를 이은 금융위기 사례만 46차례로 기록돼 있다. 킨들버거가 찾아낸 46차례 버블은 반드시 뒤이어 위기가 찾아왔다. 투기적 광기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한 것 같다.

현실로 돌아와보자. 코스피는 2월 말 이후 전개됐던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완전히 극복했다. 지수상으로도 2100대까지 올라왔다. W자형, L자형, 계단식 등 반등 형태에 대해 여러 예측이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깔끔하게 V자 반등을 이뤄냈다.

반등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전개될 산업구조 대변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소위 언택트주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업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주,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등이 중심에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다시 사상 최고치를 내고 있는 미국 증시의 주도주인 MAGA(MS·애플·구글·아마존) 또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과 같은 맥락이다.

언택트주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자 증시 주변에서는 다양한 평가기법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PDR(Price to Dream Ratio)를 거론한다. 수익성 지표인 PER, 자산가치 지표인 PBR를 원용해 만든 조어다. 전통적 주식 평가 방식은 수익이나 자산가치를 비교해 주가 수준을 가늠했지만 새로운 성장주는 과거 지표로 해석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꿈'이라는 기준을 대입해서 평가하겠다는 시도다. 물론 꿈은 숫자로 표현할 수가 없으니 PDR 또한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 어느 수준이 과열 단계인지 제시할 수 없는 지표다. 그저 설명이 안 되는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낸 개념일 뿐이다.

또 다른 새로운 평가지표로 '비공표 무형자산'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 성장주의 급등은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 중에서도 공표되지 않은 무형자산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비공표 무형자산 유형으로 비전, 고객 충성도, 잠재적 시장 규모, 사업 확장성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반영됐던 무형자산으로는 특허권, 연구개발(R&D) 비용, 영업권 등이 있었다. 모두 재무제표에서 숫자로 가져올 수 있는 자산이다. 하지만 특정기업의 비전은 도무지 숫자로 표현해낼 수가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가총액-순자산-무형자산=비공표 무형자산'이라는 역산의 계산법도 나왔다. 적정한 시가총액을 알아내기 위한 가치 평가 방법을 찾고 있는데, 시가총액을 먼저 알아야 계산이 되는 개념을 들고나온 셈이다.

어느 시대든 투기와 가치의 급등은 존재했다. 투기가 붕괴로 이어진다면 그 가치는 버블이었겠지만 만들어진 가치가 유지된다면 재평가된 것이다. 한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언택트주의 미래도 여기서 판가름된다. 다만 자꾸 무리한 잣대가 등장하는 것이 찜찜할 뿐이다.

[임상균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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