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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마스크 기피·코로나 무시하던 브라질대통령, 결국 확진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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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갑자기 마스크를 벗고 있다. TV브라질 화면 캡처, AFP연합뉴스


기침, 고열 등 증상을 보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며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방미 수행원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자 세 차례에 걸쳐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모두 음성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관저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말라리아약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최근 대통령과 접촉한 인사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일행과 오찬을 함께 한 토드 채프먼 주브라질 미국대사도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채프먼 대사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오찬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코로나19를 경시하는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불쑥 마스크를 벗고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 취급했고, 봉쇄 정책이 코로나19보다 더 해롭다면서 경제 재개를 강력히 주장해 주지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4, 5월에는 의사 출신 보건장관 2명이 잇달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반발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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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국영TV브라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영TV브라질 제공. 연합뉴스


유력 일간 ‘폴라 데 상파울루’가 “왜 나는 보우소나루가 죽기를 응원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할 정도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브라질의 정치적 분열은 심각했다. 반정부 진영은 보우소나로의 확진 소식에 “그가 자초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언론협회는 그가 기자회견 도중 마스크를 벗은 행동이 “취재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행위”라며 연방대법원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브라질 누적 확진자는 166만8589명, 사망자는 6만6741명으로 각각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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