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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추락사·사우디 국왕 건강악화…중동 덮친 돌발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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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사망…외무장관도 숨져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충격파 속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건강 악화까지 불거지면서 중동 정세가 두 패권국의 불확실성이 겹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탑승한 헬기가 산악지대에 추락하면서 다른 탑승자들과 함께 사망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이 확인된 20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건강 문제로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살만 국왕은 전날 고열과 관절통 증세와 함께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중동의 양대 패권국인 사우디와 이란에서 잇따라 전해진 비보는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중동 정세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오랜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친이란 대리 세력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을 계기로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지난달에는 직접 충돌을 자제해오던 '그림자 전쟁' 불문율을 깨고 상대국 본토 직접 타격하며 중동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간 바 있다.

라이시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 이은 이인자라는 점에서 그의 부재가 이란의 대외정책 방향 자체를 바꿀 가능성은 작지만, 대립이 격화한 현 시점의 중동 정세가 라이시의 죽음에 따른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20일 카타르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양국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시의 죽음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했던 모호성에 불확실성을 더했으며 이는 잘못된 상황 판단의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영국 정치컨설팅사 포덤글로벌포사이트의 설립자 티나 포덤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모든 전개는 이야기를 통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상기시켜준다. 중동의 위험과 그보다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논의는 극도로 유동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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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 정보 분석가 조슈아 크라스나는 이스라엘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라이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면서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위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황이 덜 명확해지는 순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왕의 건강 문제는 중동 정세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7년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라서면서 실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추진도 큰 흐름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미국-사우디 상호방위조약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개선 추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슬람 수니·시아 양대 종파의 지도국으로 오랜 기간 반목해온 양국은 2016년 사우디가 유력 시아파 종교 지도자를 테러 혐의로 처형한 후 국교를 단절했다가 지난해 3월 중국의 중재로 갈등을 접고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OPEC 1위·3위 산유국이라는 점에서도 양국은 현재의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정책 선임연구원은 말했다.

다만 양국의 관계 개선이 다른 국가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중동 분석가 엘레나 수포니나는 블룸버그통신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란과 사우디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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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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