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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丁총리 "2급 공직자도 다주택 팔아라"…관가 "위험한 발상"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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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주택 매각 광풍 ◆

매일경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다주택자인 고위공직자에게 매각을 요구한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격양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당수 고위공직자가 여러 주택을 보유하면 가뜩이나 추락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언급한 고위공직자는 2급 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정확한 대상을 분류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부처 기준으로 장차관급 공무원을 포함한 2급 이상 고위공직자 1500여 명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가 이날 1차적으로 중앙정부 18개 장차관 40명을 조사한 결과 14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3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장관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4단지 오피스텔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박 장관 배우자가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아파트 한 채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세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우자 명의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을 소유했다. 박백범 차관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 단독주택, 충북 청주시 흥덕구 단독주택을 보유했으며 배우자 명의로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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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급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서울 강남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사례는 6건 있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초구 잠원동 현대아파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초동 서초래미안,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박백범 차관은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를 각각 보유 중이다.

전국 광역단체장의 경우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제외한 16명 가운데 이철우 경북지사와 이용섭 광주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다주택자였다.

이철우 지사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경북 김천시 감문면에 단독주택을 각각 보유했다. 이용섭 시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와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 모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주택을 소유했다. 이춘희 시장도 과천시 별양동에 아파트와 세종시 집현리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송철호 시장은 배우자 명의로 경북 영천에 다가구 주택과 울산시 중구에 아파트가 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서울 구로구 신림동에 본인 명의의 아파트 한 채와 배우자 공동명의 오피스텔 한 채가 있다.

나머지 단체장들은 1주택자였고 일부는 서울에 '똘똘한 아파트' 1채씩을 갖고 있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서울 송파구에, 송하진 전북지사는 서울 서초구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서울 용산구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서울 노원구에 아파트를 각각 보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 주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면 다주택자인 고위공직자는 실거주를 제외한 주택을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이슈가 문재인정부 지지율을 추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당정이 지속적으로 고위공직자들에게 부동산 매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유 현황 조사가 끝나면 조사 대상자에게 처분계획서를 제출받는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 처분에 불응하는 공직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세균 총리는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실 그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이 얻은 성과가 부동산 이슈로 모두 가려지는 형국"이라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각자 주택을 소유하게 된 다양한 경위와 사연이 있을 텐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고위공직자는 무조건 1주택자가 되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겉으로 표현을 못해도 속으로 불만을 가지는 공무원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다주택자인 고위공직자 중 일부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사표를 던질 경우 오히려 국민에게 더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일선 기자 / 박승철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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