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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미국의 초강수, 홍콩달러 페그제 폐지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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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참모들이 논의…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다루지 않아

"핵무기 같은 것"…"美 포함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

뉴스1

6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반대는 시위가 열린 홍콩의 한 몰에 전투경찰이 배치돼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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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참모들이 홍콩 달러 페그제 약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 홍콩의 미 달러 페그제 = 페그(peg)제란 고정환율제의 한 형태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를 특정 국가에 고정하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할 것을 약속하는 제도이다. 홍콩은 미 달러 페그제를 1983년 도입,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홍콩의 페그제는 2005년부터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를 하한 및 상한 범위로 설정해 범위 내에서만 변동되도록 하고 있다. 하한에 도달하면 미 달러를 매수해 환율을 올리고, 상한에 닿으면 이와 반대로 움직여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홍콩의 달러 페그제는 안정적인 환율 환경을 제공해 투자자들의 홍콩 달러 거래에 신뢰를 획득하게 했다. 홍콩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엔 이 같은 점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 페그제가 허물어지면 전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논의하지 않아 =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페그제 약화 방안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참모들이 논의했지만 백악관 고위 관리 수준에선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일부 행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이 아닌 홍콩 은행들과 미국에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리는 홍콩 달러 페그제 공격은 현재 행정부가 논의중인 옵션 가운데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면서, 제안에는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및 홍콩 경찰과의 협력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이전 입장 발표에 추가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찬 장관은 지난달 CCTV 인터뷰에서 미국이 홍콩에 제재를 부과하면 중국 인민은행이 미 달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찬 장관은 달러 페그제는 4400억 달러(약 526조 원)의 외환보유액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에서 유통되는 통화의 2배보다 많은 수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4107억 달러)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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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과 관련 “홍콩은 이제 중국 공산당 치하의 한 도시일 뿐이다.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기 위한 지시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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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그제 공격, 핵무기 같은 것" = 홍콩금융관리국(HKMA) 에디 위 국장은 지난달에 미 달러에 대한 홍콩의 접근을 막는 어떤 조치도 "종말론적" 시나리오라면서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전세계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충격파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전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 달러를 사용하고 미국 금융 자산을 보유중인 국제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 역시 손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아 레 BBVA 홍콩의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제안은 "핵무기 같은 것"이라며 이행된다면 중국과 미국 간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것은 기술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미국에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페그제를 공격하는 방법으로는 미 재무부가 미국 은행들로 하여금 홍콩 및 중국 은행들에 달러 자금 제공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이는 홍콩 및 중국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중국이 미국 국채와 주식 등 미국 자산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중동에서 미국 동맹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페그제가 불안정하게 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악시코프의 스티븐 이네스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진단했다.

◇ HSBC 등 홍콩 은행 보복이 우선 목표 =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그제 약화 자체가 논의됐다는 점은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어떤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중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다소나마 제공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홍콩에 본부를 둔 은행, 특히 HSBC 홀딩스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고 이번 사안에 정통한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HSBC 아시아태평양 은행장이 홍콩 자치권을 파괴하는 청원에 서명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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