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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방역 무시한 `열대의 트럼프`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코로나19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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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5)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확진 피해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고 최근에도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브라질 육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브라질 산 돼지고기 수입을 일부 중단한 바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섭씨 38도의 고열을 내며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등 코로나19 관련 증세를 보여 즉시 진단 테스트를 받은 결과 양성(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독감같은 하찮은 것"이라면서 보건 당국의 방역을 무시했고, 이 때문에 보건부 장관이 한 달 새 두 명이나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는데 결국 대통령이 감염되는 상황이 나왔다. 지난 4일에도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무부 장관이 자신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롯해 몇몇 사람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여 앉아 사진을 찍은 모습이 장관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바 있어, 같은 자리에 있던 대통령 외 외무부 장관 등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8일 글로벌 데이터 집계기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62만828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총 6만5631명에 달한다. 보건부 발표에 따라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은 인구 규모로 치면 전세계 6위 정도에 해당하지만 코로나19 피해 만큼은 전세계에서 두 번째다.

지난 달 브라질 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방역 무시 행동을 보다 못해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하루에 47만원씩 벌금을 물리겠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6월 23일 브라질 법원의 헤나투 코엘료 보렐리 판사는 "공화국 대통령은 자국에서 시행 중인 법률을 지켜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데 오히려 무례하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4월 말부터 마스크 착용은 의무 사항이므로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와 인근에서 다수가 모인 곳에 나서는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이를 어기고 계속 마스크를 벗고 다니면 하루에 2000헤알(약 47만원) 씩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면서 "간단히 구글 검색만 해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마스크를 안쓰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브라질은 6월 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사망자가 5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건부의 방역 권고를 무시하고 '군부 독재'를 옹호하는 극우 집단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거나 일부러 마스크를 벗고 제트 수상 스키를 즐기며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는다. 경제 활동 재개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해 시민들과 야권이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여왔다.

경제 재개를 강행해온 브라질에서는 최근 정육 공장 등 육류 가공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오히려 수출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세청(해관총서·(GACC)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이유로 브라질 산 돼지고기 수입을 일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 대상은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 주에 위치한 JBS계열사 공장 한 곳과 BRF 공장 한 곳에서 가공한 돼지고기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정육업체' JBS와 경쟁사 BRF는 미국 타이슨푸드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 핵심 정육업체로 꼽힌다. 앞서 지난 달 30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당시에도 브라질 내 3개 육류 가공시설에서 생산된 육류 수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브라질은 대두(콩)과 석유, 철광석 뿐 아니라 육류(소·닭·돼지고기 등)을 주로 수출하고, 중국은 브라질 육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 1일에는 중서부 지역인 마투그로수두술 주 소재 JBS와 BRF 가공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JBS의 도우라두스 돼지고기 정육 공장에서 해당 공장 노동자 총 4300명 중 25%인 107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우라두스 지역 내에 있는 인근 BRF 닭고기 정육 공장에서도 전체 1500명의 노동자 중 8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투그로수두술 주에서 도우라두스 지역이 코로나19 확산 중심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경제 재개를 서둘러왔다. 다만 가뜩이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방역 무시 행동 탓에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경제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런 가운데 지난 달 세계은행(WB)은 올해 브라질 경제가 -8.0%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앞서 4월 WB가 제시한 -5.0%보다 3%포인트(p)더 낮은 수준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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