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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현금부자들의 공모주 잔치, 개미들도 낄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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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시대 공모시장 열기

SK바이오팜 공모주 323 대 1

IPO 사상 최대 31조 끌어모아

상장 3거래일만에 주가 338% 껑충

청약금 44억 넣은 큰손 554주 받아

1억 ‘영끌 대출’받아 청약하면 13주

주식연계 채권 공모도 인기

현대로템 CB 청약에 8조원 몰려

한진칼 BW 공모에도 7조원

주가 변동 등 불안요인 있지만

큰손·기관투자자 움직이며 흥행

소액투자자는 ‘스팩’ 주목할 만

비상장법인 등 인수 목적 회사

공모 경쟁률은 비교적 낮은데

합병 성공률 64%…주가도 상승

합병 실패해도 원리금 받아


한겨레

그래픽_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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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성큼 들이닥친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 열풍을 타고 발행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주식과 채권 공모시장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큰 장이 섰다. 지난달 23~24일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인 31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인 에스케이(SK)바이오팜 공모 이전부터 이미 흥행은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코스피가 101포인트(4.8%) 폭락한 와중에도 현대로템 전환사채(CB) 일반청약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8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이달 1일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공모에도 7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 달아오른 공모시장, 현금부자들의 각축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에도 에스케이바이오팜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일 에스케이바이오팜 주가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1만4500원으로 마감했다. 증시 입성 3거래일만에 공모가(4만9천원) 대비 338% 상승했다. 이로써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6조7982억원으로 포스코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6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뛰어올랐다. 이날은 장 초반부터 팔자 주문이 쏟아지며 한때 상한가가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이 150만주에 가까운 물량을 쏟아내 710만주가 넘게 거래됐다. 그런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50조원)나 셀트리온(41조원)의 시총에 견주면 더 갈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116만주를 매수하며 주가를 다시 들어올렸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10만~11만원)를 훌쩍 뛰어넘은 터라 과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마이너스 통장 등 ‘영끌 대출’로 1억원을 에스케이바이오팜 청약 증거금(50%)으로 넣었을 경우 평균 경쟁률(323대1)로 계산하면 13주를 배정받는다. 이날 팔았다면 215만원 가량의 차익을 냈을 것이다. 반면 상장 주관사인 엔에이치(NH)투자증권의 최고우대고객은 일반고객의 5배인 44억원까지 청약할 수 있었다. 이 브이아이피는 554주를 받았고 917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그래서 공모시장이 수십억원대 현금부자들의 각축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공개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이달에만 15개의 기업이 줄줄이 공모에 나선다. 하지만 에스케이바이오팜과 같은 ‘대박’은 어려워 보인다.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중소형주들로 공모 규모가 작아 청약 경쟁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모에 나선 인기 기업들의 경쟁률은 800~1500대 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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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 CB와 한진칼 BW도 흥행

주식연계채권 공모시장에도 큰손과 일부 기관들의 자금이 몰렸다. 현대차 계열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의 전환사채 경쟁률은 47.7대1이었다. 채권청약 증거금은 공모주와 달리 100%를 내야 한다.

전환사채는 사전에 정해놓은 주식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현대로템의 6일 종가는 1만6900원으로 전환가 9750원보다 73% 가량 높다. 이를 기준가가 1만원인 채권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1만7300원이다. 그런데 이날 채권시장에서 현대로템 전환사채 가격은 1만3575원에 거래됐다. 채권 상태로 팔아도 35%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주식전환 때 수익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주식으로 전환 청구가 오는 17일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실제 신주가 상장되기까지 15일 이상 걸린다. 이 기간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채권가격이 낮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전환사채 가격에는 채권의 이율과 원리금 상환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현대로템 채권은 분기별로 연 1%의 이자를 받고 만기(3년)까지 보유하면 복리로 연 3.7%다.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청약 경쟁률은 24.5대 1로 낮은 편이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도 전환사채처럼 채권 형태로 보유하며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채권과 신주인수권리를 떼낼 수 있다는 점이 전환사채와 다르다. 공모로 발행할 경우 대부분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따로 거래돼 전환사채에 견줘 손익계산이 좀 복잡하다.

6일 한진칼의 주가는 8만6900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 8만2500원보다 높다.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 1천만원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채권은 1000개(1천만원/1만원), 신주인수권은 121개(1천만원/8만2500원)다.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빠진 채권은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기에는 기준가인 1만원보다 낮게 거래된다. 이날 한진칼의 채권값도 9544원에 형성됐다. 이에 채권에서 45만6천원의 평가손실(456원x1000개)이 발생한다. 따라서 신주인수권 가격이 3769원(3769원x121개=45만6049원)만 넘어도 채권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한진칼의 신주인수권증권은 오는 16일 상장될 예정이다. 신주인수권 시세는 행사가액의 10~20% 수준에서 주가와 행사가액의 차이 등을 반영해 움직이지만 개별기업별로 천차만별이라 예상하기 어렵다. 투자설명서에 나온 옵션모형으로 추산한 한진칼 신주인수권 가격은 1만5751원이지만 어디까지나 이론가일 뿐이다.

한진칼 주가가 지분경쟁으로 올해 초 4만원대에서 현재 2배 넘게 급등해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신주인수권부사채에도 부담이 된다. 다만 주가가 내리면 그만큼 행사가액도 70%까지 낮춰준다. 이 채권의 신주인수권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지분 확보 경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이자율은 연 2%이며 만기(3년)까지 보유하면 연 3.75%의 이자를 받는다.

다만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한계기업이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 전환가격이나 이율 등 발행 조건이 좋을수록 부실 위험이 큰 투기등급 채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소액투자자는 경쟁률 낮은 스팩에 장기투자할만

소액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공모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스팩은 비상장법인이나 코넥스시장 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공모로 자금을 모집해 상장하는 서류상 회사다. 지난달 공모를 마친 2개의 스팩 중 엔에이치스팩16호(0.78대1)는 미달됐고 아이비케이에스제14호스팩의 경쟁률은 2.1대 1에 그쳐 현금 동원력이 부족해도 원하는 만큼의 물량은 받아갈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스팩의 합병성공률은 64%에 달한다. 2010년 스팩이 도입된 뒤 지난 5월말까지 모두 183개의 스팩이 상장돼 이 가운데 94사가 합병에 성공했거나 진행 중이다. 합병한 85개 스팩의 주가는 상장 승인일 3개월 뒤 공모가 대비 평균 45.6% 상승했다. 합병 1년 뒤에는 평균 11.1% 상승했다. 합병은 했지만 주가가 부진할 경우에는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공모가보다 소폭 높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43개 스팩은 3년 안에 합병을 성사하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이 경우에도 투자자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스팩은 공모자금을 한국증권금융 등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3개의 스팩이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스팩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뒤 공모가 언저리에서 매수하는 펀드나 투자자도 많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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