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범죄 예방에 상당한 이익”
2019년 10월16일 밤 11시(한국 시각)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폐쇄 공지를 내걸었다. 경찰청 제공 |
법원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의 미국 송환 요청을 기각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6일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3차 심문기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립되길 희망하며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소지자가 잠재적인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이 범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고 한국에서 관련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내에서 성착취물 제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손씨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실효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 한국 법정형이 현저히 가볍고,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약한 사법 운영을 해 왔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도 “손씨가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정의를 실현하게 하고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주권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형사 처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웰컴투비디오’ 누리집에 대해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려면 한국이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절한 입법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기존 양형에 탈피한 적극적인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씨는 2015년 7월∼2018년 3월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웰컴투비디오 ’ 누리집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형기를 마쳤으나 미국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재구속됐다. 손씨는 2018년 8월 미국 연방대배심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자금 세탁 혐의만 인도 범죄 대상에 해당됐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손씨 아버지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버지 입장에서 두둔하지 않고 제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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