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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전세계 돈살포에 통화량 10경원… 거품경제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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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화량도 3000兆 첫 돌파

불황속 주식-부동산 값 급등 ‘버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돈을 쏟아부으면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G4(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중앙은행이 푼 돈만 6조 달러(약 7200조 원)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한 가구당 3억 원 넘게 돌아갈 수 있는 금액(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이다.

5일 블룸버그 통화공급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 세계 통화량(M2·광의통화)은 86조 달러(약 10경3200조 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말보다 100% 증가한 규모다. 한국에 풀린 돈도 12년 동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4월 말 M2는 3018조6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 힘입어 이번 경제 위기에서 각국 기업들은 과거보다는 돈 가뭄에 덜 시달리고 있다. 한국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등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급격한 시장 불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자금이 자산 시장 곳곳으로 흘러가면서 곳곳에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일본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사상 최고였던 1990년대 초 수준을 넘어섰고, 영국 런던 집값은 10년간 70% 뛰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8년 말 대비 6.5배로 상승했는데, 일부 기술주를 빼고는 기업 가치보다 과장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에 풀렸던 돈이 미처 다 회수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로 또다시 돈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 유동성을 회수하자니 경기가 더 추락하고, 그대로 두자니 자산 거품이 팽창하는 현실 사이에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회수하느냐에 대해선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미국이 다시 유동성을 줄이려고 시도했는데 그 시도만으로도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의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겠지만 결국은 경제성장률을 높여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들을 펼 수 있는 여지를 넓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동혁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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