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親文에게 이낙연은…"우리 식구는 아니지만, 대세니 지켜보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SPECIAL REPORT : '유력 주자' 이낙연 시험대에 오르다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 다수는 친문(친문재인)이다. 친문 성향으로 꼽히는 의원은 어림잡아도 100명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친문 당원들이 있다. 한마디로 당의 주류이자 다수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2018년엔 지방선거, 올해는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만큼 친문엔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대선을 놓고는 고민이다. 유력한 친문 대선주자가 없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넘쳐 났다. 자치단체장, 청와대 참모 출신 가운데서 이름이 꼽혔지만 '사고'가 연거푸 생기면서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에는 이낙연(68)이란 이름이 우뚝 올라 있다. 친문이 고민하는 지점엔 바로 문재인정부의 첫 총리인 이 의원이 있다. 핵심 친문 의원들에게 이낙연은 어떤 존재이고 의미일까.

"위기인 지금 유유자적할 수 없다"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이 기정사실화되어 가던 5월 말~6월 초. 이 의원의 '7개월짜리 당권' 도전에 반발이 일었다. 당권·대권을 분리한 당헌 규정에 따라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되면 내년 3월에는 그만둬야 하는데 왜 나서냐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반대 '연판장'이 돌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이 반발했고, 친문 의원 다수의 호응도 얻지 못하면서 잠잠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의 중진 L의원은 "이낙연 의원은 당내 유력 주자이고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세인데 굳이 상처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기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산 친문'인 최인호 의원이 이 의원 지지 입장을 나타내면서 당권 도전에 대해 친문은 '반발'에서 '이해'로 빠르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왜 당권에 도전할까. 친이낙연계로 통하는 한 의원을 만나 물었다.

―이낙연 의원은 왜 당대표가 되려 하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대전환기에 있는 시점이다. 무엇인가라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이다. 총리를 했고 강력한 대선주자인데 유유자적할 수는 없다.

―책임감을 느낀다는 건가.

▷'당신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상처를 입는 게 두려워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어떻게 감내하나.

―당내 지지세 확보라는 목적도 있지 않나.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서나 당이 장기 집권할 기반을 닦는 데 앞으로 1년이 중요하다. 물론 본인에게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호남 지역구의 L의원은 "위기를 책임지고 풀어가야 한다는 동교동계(이 의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원로들의 조언도 있었다"면서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당내 지지 기반 마련"이라고 말했다.

친문과는 다른 뿌리, 100% 신뢰 아냐

최근 친문 의원들이 하나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대표 이낙연'에 대한 거부감이 꽤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이낙연'으로 넘어오면 친문의 시각이 엄격해진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K의원에게 물었다.

―이낙연 의원은 친문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 식구라고 할 수는 없다. (대선과 관련해) 연대 또는 협력 관계로 가는 정도라고 할까. 지지율 대세이긴 해도 친문 입장에서는 차선책이다.

―왜 최선책이 아닌가.

▷차기 대선주자는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성장, 한반도 평화 체제 등 노선을 계승하고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이슈에 이 의원은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다. 과연 문재인정부의 기조를 이어갈지 확신할 수 없다. 일단 지켜봐야 한다

'정책 계승'이란 표현을 썼지만 친문에겐 표변하지 않을 거란 믿음을 100%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문이 '우리 식구'로 보지 않고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배경에는 '뿌리' 문제가 있다. 이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동교동계'가 뿌리인 셈이다. 친노(친노무현)·친문과는 뿌리가 다르다.

여기에 더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캐릭터'도 이유로 꼽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친문은 이낙연 의원이 대권을 쥐어도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살아남을 것인가를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또 "지금까지 친문 뜻대로 선거에서 이겼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50% 이상 유지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이 자신감에는 대선주자를 찾고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당권 도전 이후는 친문 '테스트' 기간

또 다른 친문 핵심인 H의원은 "엄밀히 말해 이 의원의 높은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속'받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후광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그 이후의 모습이 중요한데 '스스로 기반을 다지는가, 무너지는가'이다"라며 "다진다면 대선도 대세론으로 가는 거고, 무너지면 대타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당권 도전과 그 이후 상황이 이 의원에게는 친문에게 '테스트'를 받는 기간이 되는 셈이다. 테스트 기간에 이 의원이 겪을 수 있는 고비에 대해 중진 L의원이 설명했다.

―당대표가 된다면 어떤 고비가 올까.

▷당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이 피크(고점) 아닌가. 떨어질 일밖에 없을 텐데, (이 의원이) 당대표로서는 그 자체가 타격이다.

―또 다른 고비는.

▷이슈들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신중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이런저런 견제가 들어올 텐데 어떻게 대응할지가 문제다(친문 K의원도 이 점을 말했다).

매일경제

―고비를 넘을 강점은 없나.

▷개인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있다. 또 팬덤층이 두껍다. 총리 시절 야당을 향한 '사이다' 발언 등의 덕분일 것이다.

이 의원은 전남 영광 출생이다. 호남에서만 4선을 했고 전남도지사를 거쳤다. '호남 대망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그동안 여권에서는 통념이 있었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여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통념대로라면 이 의원에게 힘든 상황이 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통념은 이미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K의원은 "과거 방식이다. 지금은 세대별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한 20~40대가 20년이 지난 지금은 40대~60대 초반이 되면서 지역 구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L의원은 "지역구의 영남향우회장이 민주당 당원일 정도다. 영남 출신 호남 지지라는 공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2년 뒤 대선 때 70세

이와 관련해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은) 예전처럼 영남·호남을 구분하는, 이런 걸 싫어한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당내보다는 여론에 호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역 구도가 깨졌다는 건 호남표가 고정표가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호남의 L의원은 "2016년 총선의 호남표와 올해 총선의 호남표를 봐라. 호남 민심은 급변할 수 있다. 고정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이낙연은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을까.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이다. 친문 의원들과 최진 원장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장점은 안정감이다. 노회함은 아니다. 도지사와 총리를 거친 행정가의 면모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다. 단점으로는 '당기는 점이 없다'는 게 꼽혔다. 친문 H의원은 "대선주자는 공감력이라고 할까, 무언가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회 요인은 표의 확장성과 관련돼 있다. 생각은 진보지만 태도는 보수라는 점과 팬덤층이다. 태도보수는 꼼꼼하면서 깍듯한 태도인데, 보수성향이나 영남 유권자에게도 통할 수 있는 점이다. 총리 시절 대야당 발언 등을 통해 팬덤도 확보했다.

위협 요인은 이념적으로나 계층적으로 확실한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당내 주류의 친문 지지 기반이 약하다. 또 젊은 지도자를 원하는 흐름 속에 2년 뒤 대선 때면 70세에 이른다는 점도 있다.

최진 원장은 "정치적 실수가 있다면 순식간에 대세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호남의 L의원은 "만약에 앞으로 이낙연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거리가 생기면 호남표 자체가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총리' 李와 겹치는 정세균…대선등판 기회 올까
친문 "직계 아니지만 삼촌뻘 위상" 팬덤 적고 대선 인지도 아직 미미
丁 최근 '대선 설왕설래' 일자 "왜 일을 시끄럽게…" 신중모드

매일경제

친문(친문재인)이 '이낙연 대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물 중 정세균 국무총리가 있다. 정 총리는 여러모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겹친다. 오랜 국회 경험(6선 의원, 국회의장)을 거쳐 총리가 됐다는 점, 무리하지 않아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이라는 점, 호남 출신(전북 진안 출생)이라는 점,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지역구를 거쳤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중요한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정 총리에게는 정세균계라는 지지 기반이 있다. 범친노(친노무현)로서 친문과 교류도 많았고 가깝다. 정치적으로 장점이다. 친문 K의원은 "범친노 인사로 친문에는 '우리 식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친문 H의원은 "이유라고 하면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삼촌 정도의 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팬덤'이 없고, 대선 잠룡으로서 인지도가 아직은 미미하다는 게 단점이다. 이런 정 총리에게 대선주자로 부각될 '기회'가 올까. 정세균계로 통하는 민주당 중진 의원을 만났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나.

▷지금 일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를 잘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 의원 대안이 될 수 있나.

▷이 의원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정 총리가 제대로 일하고 있다면. 정 총리 대선주자 지지율이 5% 이상이라면 도전이 가능하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대선 도전을 결심한다면 내년 3~6월 사이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하는 때다. 인지도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총리는 주목받는 자리다. 점차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 총리는 최근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듣는 '목요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불발됐지만 부산의 김해영 전 의원에게 총리실에 신설될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PK) 인사에게 보내는 '러브콜'로 해석됐다. 지난 5월 말 정 총리와 함께하는 의원 공부 모임 격인 '광화문포럼'이 주목받았다. 과거 서강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정 총리가 주도했던 모임인데 20대 국회에서 광화문포럼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번 국회에서는 4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재편되고 지난 6월에 회원끼리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 총리 쪽 결집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정 총리의 당권 지원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정 총리는 '신중한' 처신을 강조한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광화문포럼과 관련해 "정 총리가 '일을 왜 이렇게 소란스럽게 하느냐'며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김부겸 당권 지원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겨를도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으며 측근들에게 언행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하지 않는 그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매일경제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