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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죽음으로 적군을 저지하라" 스미스 부대의 위대한 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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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추모식, 평화공원 개장식 열려

“스미스 특임대대와 같은 상황을 다시는 겪어선 안 된다. 고강도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지 못했고 무장도 없었다. 이런 교훈은 잊어서는 안 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일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최근 폐쇄된 사격 훈련장, 민간 시위로 인한 불충분한 훈련장 사용 등을 지적하며 ‘스미스 부대’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스미스 부대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었던 미 24사단 21연대 1대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당시 대대장인 찰스 스미스 중령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전쟁이 터지자 7월 1일 맥아더 사령부의 특명을 받아 북한군을 저지하는 임무를 갖고 C-54 수송기를 타고 한반도에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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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미스 부대 관련 전시물./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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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발발 10일만에 벌어진 유엔군과 북한군의 첫 전투

당시 스미스 부대의 전투는 6·25 발발 10일만인 7월 5일 오산시 외삼미동 죽미령 일대에서 벌어졌다. 대전에서 천안을 거쳐 새벽 3시 빗발을 헤치고 도착한 죽미령에 진지를 구축했다. 540명의 스미스 부대원들은 대체로 나이가 어렸고 북한 전차를 대적할 무기를 갖추지 못하고 전투에 나섰다.

북한군은 당시 최강의 전차로 불린 T-34 36대, 보병 5000여 명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밀려왔다. 스미스 부대는 용감하게 맞섰지만 중과부적으로 6시간15분의 전투에서 18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철수했다. 맥아더 장군은 이 부대의 임무를 ‘죽음의 임무’라 부르기도 했다.

죽미령 전투는 유엔군이 처음 투입돼 6·25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계기가 되는 첫 전투였다. 전쟁이 끝난 뒤 스미스 부대 생존 용사들은 1955년 지역 주민과 함께 죽미령에 부대원 숫자와 같은 540개의 돌을 쌓아 기념비를 건립했다. 그때부터 매년 7월5일 죽미령에서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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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생존용사 등이 세운 기념비./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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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으로 기록됐으나 북한군 진군 늦추는 성과

그동안 죽미령 전투는 패전으로 기록돼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이 참전했음을 보여주어 북한군을 동요하게 만들고, 진군 속도를 늦춰 낙동강과 부산에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었던 작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죽미령에서 스미스 부대를 만난 북한은 혼란에 빠져 남진을 10여일 지체했다.

특히 6·25 전쟁 발발과 죽미령 전투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죽미령 평화공원’이 공식 개장하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고 있는 스미스 부대 전몰장병 추도식도 함께 진행된다.

오산시는 죽미령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2014년부터 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에는 경기도, 보훈처, 국방부는 물론 전·현직 미 연방 하원의원, 미군 당국 등 관련 기관과 인사들이 두루 참여했다.

◇추모와 감사의 의미 담아 평화공원 조성

죽미령 평화공원은 ‘추모’ ‘호국’ ‘평화’ ‘감사’의 의미를 담아 공간을 꾸몄다. 평화공원은 ‘유엔군 초전(初戰) 기념관’, ‘스미스 평화관’ 및 공원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2013년에 개관한 유엔군 초전 기념관에 평화의 컨셉트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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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초전 기념관의 기념비와 동상./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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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미령 평화공원의 외부 공간 모습./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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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정식 개관하는 스미스 평화관은 유엔군 초전 기념관의 ‘기록과 유물로 보는 오산 죽미령 전투’를 실제처럼 1인칭 관점에서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다. C-54수송기 모형에 올라타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VR(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다. 2층은 부산~대전 기차 안에서 아직 전쟁의 포연이 닿지 않은 평화로운 1950년의 차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오산 죽미령 전투 이후 70년간 이어온 오산시와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는 기획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55년 7월 5일 쌓아 올린 돌탑에서 시작해 평화공원 조성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5일 스미스 부대 전몰장병 추도식과 죽미령 평화공원 개장식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최소 인원으로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스미스 부대 참전용사(루이스 J. 패터슨)의 손자인 앤드류 R. 폭스워시가(미8군 군악대 소속 선임상사) 참전용사 대신 감사패를 받는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죽미령 평화공원이 후손 대대로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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