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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5개 대륙 돌며 산처럼 쌓인 폐플라스틱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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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다룬 美 스콜스버그 감독, 다큐 '플라스틱…' 제17회 서울환경영화제 출품

조선일보

파도를 타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방파제를 넘는다. 필리핀 한 바닷가 마을에선 바다 건너온 쓰레기가 해변 도로에 늘어서 있는 것이 일상이다. 마을 주민이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어요. 버리고 나서 치우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안 돼요."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데이아 스콜스버그〈작은 사진〉의 영화 '플라스틱의 모든 것(the story of plastic)'에는 이런 풍경이 가득하다. 거대한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옆에서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인도의 한 마을, 서구 국가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져다 분류하는 것으로 생계를 잇는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 등이 소개된다. 스콜스버그 감독은 1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화는 충격적인 동남아 국가 현실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버려지고, 재활용되는 과정의 모든 문제점을 짚는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물론 유럽, 동남아, 남아메리카 등 5개 대륙에서 '블록버스터급' 촬영이 이뤄졌다. 스콜스버그 감독은 "나는 기후 변화 문제에 집중해왔고, 그중에서도 화석연료 문제를 고발하는 작업을 해왔다. 플라스틱도 결국은 석유 부산물로 만드는 물질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플라스틱의 모든 것’의 한 장면. 필리핀 어린이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떠나는 트럭을 따라 달리고 있다.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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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촬영 중에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문제 양상이 갑자기 바뀌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2018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영화에선 이렇게 갈 곳을 잃은 폐기물들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넘어가게 됐고, 폐기물 처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이들 지역에 쓰레기가 몰리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스콜스버그 감독은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서 서구 기업이 생산한 쓰레기가 동남아의 문제가 되는 거대한 양극화가 자리 잡았다"고 했다.

현재 버려진 플라스틱만 해도 완전한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감독은 "여기에 더 많은 플라스틱을 더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의 많은 일회용품 사용·판매 기업들이 바다 정화 작업 등에 지원금을 대는 것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 생산 단계에서부터 감축하지 않고 다 쓰고 깨끗하게 버리면 된다는 접근 방식은 잘못이라고 영화는 지적한다. 영화에 등장한 한 환경운동가는 "물이 콸콸 나오는 수도꼭지는 그대로 두고 욕조 물이 넘칠까 봐 숟가락으로 물을 퍼내는 격"이라고 표현한다. 스콜스버그 감독은 "기업이 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적인 힘과 의지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고, 생산자 책임을 더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환경부가 재포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려다가 '1+1 할인이 없어진다'는 등의 반발을 샀다. 많은 사람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감수하게 될 불편을 두려워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스콜스버그 감독은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이렇게 깊이 들어온 것은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플라스틱 없는 삶이 일상이었다. 당신은 정말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없나"라고 반문했다.

영화 '플라스틱의 모든 것'은 2일 개막한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seff.kr)를 통해 가능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영화는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상영된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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