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측이 음란물 유포나 협박 혐의 말할 때
변호인 든 공소장 쳐다보며 몸 좌우로 흔들
재판정 안팎에 50여명 몰려 강력 처벌 촉구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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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대구지법 안동지원 1호 법정. 재판정 안팎으로 50여 명이 몰려 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재판이 하나둘씩 마무리되고 오전 11시가 되자 베이지색 수의를 입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텔레그램 ‘n번방’을 만든 ‘갓갓’ 문형욱(24)이었다.
이날 법원은 문형욱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 몰린 50여 명은 문씨의 강력한 처벌과 n번방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나온 이들이었다.
문씨는 201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비롯해 총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18일부터 ‘갓갓’이라는 닉네임으로 개설한 텔레그램 n번방을 통해 3762개의 성 착취 영상물을 올려 배포한 혐의다. 조주빈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 범죄 관련자가 400여 명 검거되는 동안 문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문씨의 공소사실을 일일이 열거했다. 문씨는 2017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1275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 21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물을 스스로 촬영하게 해 관련 영상물을 제작·소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피해 청소년 부모 3명에게 제작한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하고 피해자 2명에게 흉기로 자기 신체에 음란한 글귀를 스스로 새기게 시켰다.
경공소사실을 읽어내려가는 와중에 피고인석에 앉은 문씨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변호인의 손에 들여 있는 공소장에 시선을 둔 채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거나 머리를 긁적이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중간중간 변호인과 속삭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재판장이 피고인 측에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문씨의 변호인이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다”고 했고, 다시 재판장이 문씨에게 “변호인의 말에 동의하느냐”고 하자 문씨는 “네”라고 했다.
이날 공판은 검사 측이 재판부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것으로 20분 만에 끝났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3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2일 오전 경북 안동시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 '갓갓' 문형욱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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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안승진(25) 등 문씨의 공범도 속속 검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북상담소시설협의회와 경북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대구지법 안동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형욱과 그의 공범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2020년 3월 ‘박사’ 조주빈 검거 사실이 알려지며 텔레그램 성 착취의 거대한 생태계가 드러났다.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피해 여성을 협박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통하고 판매하는 일이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벌어졌다”며 “가해자 중심이 아닌 피해자 중심의 판결이 나오길 촉구한다”고 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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