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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에티오피아 유명 가수 의문사, 항의 시위 중 8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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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차루 훈데사 사망, 반정부 시위에 불붙여

시위·진압으로 최소 81명 숨져

"에티오피아 고질적 부족 갈등이 시위 심화 배경"

조선일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총격 살해된 에티오피아 오로모족 출신 가수 하차루 훈데사.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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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에서 반정부 성향 유명 가수의 의문사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군경과 충돌해 최소 8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는 시위에 참여한 이들이며 군경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 시각) 중동 유력 매체 알자지라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6월 30일)부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가수 하차루 훈데사(34)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최소 81명이 숨졌다고 오로미아주(州) 지방 정부가 밝혔다.

에티오피아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 출신인 훈데사는 6월 29일 아디스아바바에서 총격으로 숨졌는데 구체적인 피살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다만 이를 저격 살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상점 등에 방화를 하는 등 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당국 관계자는 “많은 폭력배들이 칼과 곤봉으로 무장하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일부 지역에 군 병력을 배치했다. 군경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와 실탄을 발사했고, 오로모족의 야권 지도자 베켈레 게르바와 언론인 자와르 모하메드 등을 체포했다.

2일 예정된 훈데사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디스아바바의 한 주민은 “더 이상 경찰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무장)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경은 현재 장례식이 치러지는 곳의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

훈데사는 오로모족의 인권을 주장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가수다. 그의 노래는 반정부 시위에서 사용되곤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의 사망이 시위로 번진 데에는 에티오피아 내 부족 간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로모족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35%를 차지하지만, 권력을 잡은 소수파인 티그레이족에 의해 정치·경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2018년 아비 아머드 알리가 오로모족 출신으론 최초로 에티오피아 총리로 취임했지만, 아비 총리도 부족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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