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 혐의…보안법 위반은 9명
도심엔 물대포·경찰장갑차도 등장
미국·영국·대만, 홍콩인 이주 지원
1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하루 보안법 위반으로 9명이 체포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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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첫날인 1일 300여 명의 홍콩 시민이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불법 집회, 무질서 행위, 무기 소지, 관련 범법 행위 등으로 3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이 중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들은 9명이다. 이 중엔 15세 소녀도 포함됐다.
홍콩 당국이 보안법 시행에 맞춰 홍콩 시민들에 대한 통제와 무더기 검거에 나서면서 홍콩 현지에선 ‘공안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이날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검은 깃발을 소지한 한 남성에게 보안법 위반 혐의가 첫 번째로 적용됐다. 홍콩 경찰은 이 남성을 코즈웨이 베이에서 체포했다고 공개했다. 홍콩 경찰은 남성과 함께 깃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남성이 입고 있던 검은색 티셔츠에도 ‘자유로운 홍콩’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콩 경찰은 “이는 법이 시행된 뒤 이뤄진 첫 체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CNN방송은 “홍콩 경찰은 홍콩 독립 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깃발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을 체포 및 기소하라는 방침을 세웠다”며 취재 현장에서 한 남성이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눈물을 흘리며 연행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종이를 갖고 있는 여성 3명도 체포했다. 홍콩 경찰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홍콩 독립’이라는 문구는 인쇄된 것도 아니고 손으로 쓴 것이었다. 체포 장소는 역시 코즈웨이 베이였다. 홍콩 경찰은 “보안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단호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도 트위터에 함께 올렸다. 이날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學生動源)’ ‘국제사무대표단’ ‘홍콩독립연맹’ ‘빅토리아사회협회’ 등 시민 단체들이 잇따라 해산을 발표했다. 보안법 통과로 홍콩 내에서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에도 이날 홍콩 코즈웨이 베이 쇼핑가 등에서 보안법 통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 1일)을 맞아 반중 집회가 예고된 날이었다.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은 군중을 향해 물대포와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진압에 나섰다. 완차이 등 홍콩 도심에서는 물대포 외에 경찰 장갑차량도 등장했다. 이날 경찰에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야당 입법회(국회) 의원인 레이먼드 찬, 탐탁치(譚得志) 등도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홍콩 바깥에선 ‘홍콩 엑소더스’에 나서는 이들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홍콩인 300만 명에게 영국 국민 여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SCMP가 이날 전했다. 미국 의회에선 홍콩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홍콩 피난처 법안이 발의됐다. 대만 정부는 대만 이주를 원하는 홍콩인을 돕는 기구인 ‘대만·홍콩 서비스 교류 판공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유진·정은혜·석경민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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