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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자영업 무너지는데…`최저임금 1만원` 외친 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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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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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가구생계비를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제시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막상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기초생활급여 같은 공공부조를 늘리는 대신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1분위 근로자를 일터에서 쫓아낸 탓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힘센 노동계에 휘둘리고 힘없는 1~2분위 계층에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은 9.9% 상승했지만 기준중위소득은 2.38% 오르는 데 그쳤다. 기준중위소득을 올리면 복지예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해 기업이 근로자 생계비 부담을 짊어지게 한 것이다. 기준중위소득은 78개 복지사업의 '기준선'이다. 최저생계비라 볼 수 있는 생계급여도 중위소득의 30%로 정의된다. 기준중위소득이 올라야 최저생계비가 상승하는데 결과적으로 복지를 강조한 현 정부가 이 복지 기준선을 억제한 것이다.

대신 택한 건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 전반에 부작용만 양산하고 취약계층 생활 개선에 실패했다. 2018년 이후 1분위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를 제외하고 계속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을 다수 차지하는 1분위 계층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영향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주도성장에도 빈곤율 개선이 더딘 건 정부가 최저생계비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개인 단위 기준인 반면 중위소득은 가구 단위로 정부의 수십 가지 저소득층 지원 제도와 관련된 기준"이라며 "그러다 보니 빈곤이나 소득분배 지표상에서 하위 분위 저소득층 가구에 미치는 영향도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최저임금 근로자들은 평균 이상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소속돼 있다"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빈곤층일 확률은 30% 정도다. 가구 내 다른 소득 창출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생계비를 이유로 들어 인상률 16.4%를 주장했지만 가구생계비가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온 건 비교적 최근이다. 2018년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 참고자료로 '가구생계비'가 들어간 건 2015년부터였다. 당시 회의록에서 한 공익위원은 "최저임금법 제4조 '근로자의 생계비'에 대한 해석을 그간 노·사·공익위원 합의에 따라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로 했으나 2015년부터 근로자위원들이 가구생계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참고자료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가구생계비는 3~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므로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보다 훨씬 많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은 비혼 단신 근로자인 경우가 많다. 일본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 이 기준을 고려한다. 2015년 이후 가구생계비까지 참고자료로 들어간 건 노동계의 전략 선회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중위임금의 50~60%를 주장했지만 당시 최저임금이 이미 이에 근접했기 때문에 노동계가 새로운 목표를 찾은 것이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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