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 G7 확대 반대에 발끈… 日수출규제 1년, 악재만 더 쌓여
한·일 수출 규제 갈등이 불거진 지 1년이 됐지만 해결은커녕 상황은 더 악화할 조짐이다. 징용 배상, 위안부 문제 등 기존 갈등 현안들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이 군함도 관련 유네스코 약속을 어기고, 한국의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여에 반대하는 등 상처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일본의 몰염치 수준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발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년 우리는 기습적인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대일 강경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은 이날 한국산 탄산칼륨의 덤핑 판매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액정 패널 등에 사용되는 화학제품 탄산칼륨이 일본산 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돼 일본 제품 생산 업체에 피해를 준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수출 규제 관련 양국 협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분쟁거리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일본은 현재 공석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한 데 대해서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우리 정부가 수출 규제 문제를 WTO의 분쟁해결기구(DSB)로 가져간 데 대해서도 비난하고 있다. WTO를 무대로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메이지 시대와 관련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만들면서 유네스코를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합의를 위반해 논란을 불렀다. 일본은 이 센터 내에 군함도 징용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왜곡 전시했다.
일본의 이 같은 '도발'은 한국에 '강경 대응'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1년간) 단 한 건의 생산 차질도 일어나지 않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등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수출 규제 문제에서 양보·타협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미국의 구상에 일본이 반대했다는 외신 보도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에 더 놀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올 하반기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 관저(官邸)가 중심이 돼 정기적으로 외무성·재무성 등 관계자들이 모여 '현금화'에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이 수차례에 걸쳐 현금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만큼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지난해 수출 규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파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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