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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추미애 "검찰개혁, 황운하가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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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선거 개입으로 재판중인데… 검사들 "모욕감 느낀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키로 결정한 것을 놓고 법조계에선 "윤 총장을 공격하려는 추 장관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사법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25일 제기됐다.

통상의 경우라면, 수사가 개시되면 진행하던 감찰도 중단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이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MBC의 '검·언 유착' 보도로 촉발된 의혹을 수사 중인데도 추 장관은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감찰을 지시했다. 이날 법무부 발표 이후 추 장관은 외부에서 열린 2개 행사에 참석해 윤 총장과 검찰을 난타했다. '검찰 개혁은 황운하 의원에게 맡겨도 된다'는 추 장관 발언에 일선 검사들은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경찰 출신 황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이다.

조선일보

25일 오후 추미애(오른쪽) 법무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주관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마친 후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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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비판 쏟아낸 秋, 친문 지지층 의식"

추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당 행사에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본 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책상을 여러 번 내려치며 "이것도 검찰의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개혁의 대상이 됐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을 경험한 사람만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 개혁' 눈 부릅뜨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황운하 의원도 (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 하명으로 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수사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사들은 "황운하 같은 사람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을 법무장관이 하다니 어이가 없다" "같은 편이면 법을 어겨도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했다. 추 장관은 이 행사 직전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청회에서도 "검찰이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그릇된 방향으로 왜곡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며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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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한동훈


이런 추 장관의 행보는 친문(親文) 진영의 '윤석열 사퇴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입건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직위 해제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3일 만에 추 장관이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내면서 그에 부응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에 '윤 총장을 제어하기 위해 추 장관이 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댓글을 수십개 달기도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여권이 앞다퉈 윤 총장 압박 발언을 내놓자, 부담을 느낀 추 장관이 그대로 받아 실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추 장관의 '말 안 듣는 총장' 발언에 빗대 "우리도 이런 장관은 처음 맞아 본다"는 검사들도 있었다.

앞서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에게 "서로 협력해달라"고 했다. 그런데도 3일 만에 윤 총장 공격에 나선 이유에 대해 추 장관은 "(문 대통령 발언은) 인권 수사 제도 개선에 대해 (대검과) 협력하라는 것이고 이 사건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뜻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한 변호사는 "감찰 자체보다는 윤 총장 퇴진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수사 중인 사건인데 돌연 감찰 결정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채널A 이모 기자와 공모해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 비리 자료를 내놓으라'고 압박(강요미수)한 혐의를 두고 수사해왔다. 이철 전 대표 대리인으로 채널A 기자와 접촉했던 '제보자X' 지모씨는 '여권 인사 비리 자료'가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속여 취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돼 있다. 또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 대검 형사부 과장·연구관 전원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해 윤 총장이 이 사건을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한 상태다. 법무부 직접 감찰 결정은 이런 가운데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과 사전 논의는 없었으며 대검에 사후 통보했다고 한다.

이날 이철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자신은 '강요미수'의 피해자라며 채널A 이 기자와 한 검사장 수사·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위가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방적 피해자인지도 불분명한 이 전 대표까지 여권의 공세에 일조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보는 추 장관이 그를 상대로 한 두 번째 좌천 인사다. 정권 초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등을 총괄했던 공로로 2019년 7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한 한 검사장은 이후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一家) 수사,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지휘하면서 여권 전체의 표적이 돼 왔다. 이후 지난 1월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한직(閑職) 중의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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