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기능·3겹 필터 갖춰도 식약처 인증 없으면 무용지물
약국서도 덴탈마스크 찾으니 일회용일반 마스크 건네줘
전문가 “실내에서는 KF80·수술용 덴탈마스크 착용해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지하 잡화점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덴탈마스크라며 싸게 팔고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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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직장인 박모(29)씨는 최근 길을 걷다 한 트럭에서 상인이 “델탈마스크가 장당 200원”이라며 파는 것을 보고 해당 물품을 대량 구매했다. 구매 과정에서 상인은 “방수 기능이 있는 진짜 델탈마스크”라며 직접 물을 뿌려 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3겹 필터와 방수 기능이라는 말에 마스크를 대량 구매했지만 확인 결과, 해당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외품’ 인증을 받은 델탈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일반 마스크였다.
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존 KF80·94 마스크보다 얇아 상대적으로 덜 더운 델탈마스크 수요가 증가했다. 이 와중에 ‘가짜 델탈마스크’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표시가 없다면 전부 가짜 델탈마스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약국, 거리, 온라인 등지에서 감염 예방 효과가 낮은 일회용 마스크를 델탈마스크로 판매하는 사례가 속출,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김모(53) 씨는 일회용 일반 마스크를 델탈마스크로 알고 이달 초 인터넷에서 대량 구매했다. 김씨는 “델탈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비싸다고 들었는데 온라인에서 장당 300원으로 파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구매했다”며 “그런데 마스크에 달려 있는 끈이 약해 조금만 힘을 주면 죄다 끊어진다. 불량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지하 상점에서는 “델탈마스크가 장당 300원”이라며 일회용 일반 마스크가 들어간 박스를 여러 개 내놓고 팔고 있었다. “델탈마스크가 맞냐”고 묻자 판매자는 “그렇다”며 “필터가 3겹으로 돼 있고 방수 기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마스크에서 식약처의 의약외품 인증을 확인할 수 없자 판매자는 “중국산이라 그렇다”며 “덴탈마스크는 맞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이나 상점뿐 아니라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에서도 델탈마스크와 일회용 일반 마스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적 마스크를 파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는 델탈마스크 주문에 10장에 8000원인 일회용 일반 마스크를 건넸다. “식약처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마스크가 아니냐”고 물어보자 약사는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국내산 마스크는 약국에 입고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일회용 일반 마스크 착용에 대해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중에서 싸게 파는, 의약외품 인증이 없는 마스크는 의료용 델탈마스크가 아니라 ‘덴탈형’ 마스크”라며 “수술용 마스크와 모양이 유사해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 일반 마스크는 유해 물질 검출 여부, 감염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더울 때에는 KF94보다 상대적으로 얇은) KF80이나 비말 차단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역시 시중에서 팔고 있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마스크에 대해 “델탈마스크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중에서 의약외품 표시없이 파는 델탈마스크들은 모두 ‘덴탈 형태의 일회용 일반 마스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중에서 시민들이 일회용 일반 마스크 구분을 위해 확인하는 멜트블로운(MB) 필터 유무에 대해서도 “MB 필터를 갖췄다고 델탈마스크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MB 필터란 부직포에 정전기를 부여해 작은 입자를 차단하는 방식의 필터로 KF 마스크를 비롯해 시중에 유통되는 의료용·보건용 마스크의 내부 필터로 사용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델탈마스크도 반드시 MB 필터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입자 차단 필터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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