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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주말에 뭐 볼까] 숨을 불어넣자 빛방울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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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바스쿠와 클루그 작품 `Breath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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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샹들리에 센서에 숨을 불어넣자 동그란 크리스털 조명 500여개가 서서히 켜지고 오묘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름다운 빛방울의 대향연에 코로나19 공포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 설치된 오스트리아 디자인 스토리텔러 듀오 '바스쿠와 클루그 스튜디오'의 설치 작품 'Breath of Light(빛의 숨결)'가 관람객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숨결이 빛과 소리로 변해 오감을 깨운다. 2018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화제가 됐으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다. 16세기 중반부터 전통을 이어오는 체코의 유서 깊은 보헤미안 유리 공예 브랜드 프레시오사 조명의 샹들리에를 동화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기도 하다. 원래는 관람객이 직접 숨을 불어넣는 참여형 작품이지만 코로나19로 전시장 안내원(크루)만 가능하다.

듣고 보는 것을 통해 감성을 확장하는 공감각적 전시 'SOUNDMUSEUM(사운드뮤지엄): 너의 감정과 기억'은 '바스쿠와 클루그 스튜디오'를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 13팀의 작품 22점을 펼쳤다.

샹들리에 작품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설치작은 프랑스 디자인 아티스트 그룹 '랩212'의 피아노 작품 'Portee(오선보)/'였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진 푸른빛 긴 줄 16개를 살짝 건드리면 그랜드 피아노가 자동으로 연주된다. 줄이 건반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곡가 루이 와린스키가 만든 조화로운 선율이 흘러나오며, 줄마다 다른 음악이 설정돼 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줄을 건드리면 더 다채로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다. 2014년 수학, 건축, 음악을 통합한 작업세계를 펼친 그리스 건축가이자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미국과 독일에서 '노이즈 뮤직'으로 유명한 도론 사제 설치 작업인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고요한 방 속 빛의 소리)'가 설치된 전시장에서는 세상의 소음과 단절된 경험을 할 수 있다. 소리의 반사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무반향실 공간이 빛의 색깔에 따라 변주한다. 미술관 계단에는 소리, 빛, 신체,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사제의 작업 'We Are Never 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우리는 영원히 다시 함께 할 수 없다)'도 설치했다. 낯선 소리와 빛의 진동을 올라타고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박보나 설치 작품 '코타키나 블루 1'은 청각의 허망함을 일깨운다. 분명 파도와 바람 소리가 들렸는데 그 정체는 갈색 대야와 빨래판 같은 생활용품을 활용한 소리였다. 많은 한국인들이 말레이시아 휴양섬 코타키나발루를 '코타키나 블루'로 잘못 기억하는 현상에서 착안한 시청각 작업이다.

베를린 현대전자음악의 아이콘 로버트 헨케는 레이저 시스템과 직접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 초기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해 리듬, 음색, 색상의 조합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장에 설치된 'Fragile Territories(깨지기 쉬운 영역)'은 분절된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며 움직이는 선들이 피아노 음들과 어우러지는 레이저 사운드 작품이다.

예술과 기술의 다채로운 결합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12월 27일까지 펼쳐진다.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별점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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