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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백악관 앞에서 춤추고 노래… 축제 같던 플로이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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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날, 백악관 앞은 춤추고 노래하는 '저항 축제'의 모습

휴스턴 장례식장도 찬송 부르며 춤추며 "변화"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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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지시각) 시위대를 막기 위한 백악관 앞 철제 울타리는 작은 전시장으로 변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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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관에거 무릎으로 목이 졸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이 열린 9일(현지시각) 미 백악관 앞엔 오히려 축제가 벌어졌다. 이제 슬픔을 벗고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미국 특유의 ‘낙관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례식날, 백악관 앞에선 춤추고 노래하며 추모

이날 오후 3시 플로이드 사망 후 가장 경찰과 시위대간에 가장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백악관 라파예트 광장 앞엔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수퍼스티션(Superstition)’이 계속 흘러나왔다.

라파예트 광장앞에 새로 만들어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이름의 도로에서 시민들과 흑인 인권 단체 사람들이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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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조지 플로이드 티셔츠와 기념품을 팔고, 특이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축제처럼 즐기는 백악관 앞 광장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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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들, 3살 딸과 함께 라파예트 광장을 찾은 흑인 존 로건씨는 “아이들에게 이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가 어떻게 권리를 찾아가는 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로건씨는 아이들과 광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백악관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라파예트 광장 앞에 세워놓은 2.5m 높이의 철제 울타리는 저항 미술 전시장이 됐다. 사람들은 플로이드의 초상화와 각종 시위구호를 걸어두고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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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엄마와 아들이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란 글씨와 그림을 바닥에 그리고(왼쪽), 젊은이들은 춤을 추며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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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다른 쪽에선 젊은이들이 춤을 추며 시위대를 반겼고, 아이들은 부모들과 함께 바닥에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꽃 그림을 그리며 저항의 뜻을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성경책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던 백악관 앞 세인트 존스 교회에는 시위대가 무료 핫도그를 나눠줬다. 이들은 확성기로 “저항하는 모든 이들은 여기서 핫도그를 먹어도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세인트 존스 교회의 지하실에 불을 지르자, 이를 계기로 시위대를 강제진압 한 뒤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세인트 존스 교회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구호를 적어놓은 뒤 구약성경 미가서 6장8절의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하라’는 구절을 플래카드에 적어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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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백악관 앞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찍은 자리에서 시위대에 무료 핫도그를 나눠주는 흑인 단체(가운데). 세인트 존스 교회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의 뜻으로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는 구호를 내걸었다(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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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마지막에 애타게 찾던 ‘엄마’ 옆에서 영면

이날 플로이드의 고향 휴스턴의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Fountain of Praise·찬양의 분수)’ 교회에서 500명의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은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고, 전 세계 시민들이 지켜봤다. 그러나 이날 장례식은 슬프지만은 않았다. 약 4시간 가까운 추모 예배에선 흑인 찬송가가 나오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고, 변화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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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일어나 찬송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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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라이트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 교회 공동 목사는 “우리는 울고 애도하고 있지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하나님이 우리와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한 순간”이라고 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어 플로이드의 딸 지아나를 거명하면서 “아빠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가 실현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이 나라에서 인종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을 마친 후 플로이드의 금빛 관은 휴스턴 외곽의 메모리얼 가든 묘지로 향했다. 플로이드의 관이 운구되는 장면은 CNN 등 미국 언론들이 계속 생중계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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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환호하며 찬송을 부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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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지만, 46년 생애의 대부분을 휴스턴에서 보냈다. 그는 휴스턴 제3구(區)에서 자랐고, 휴스턴 잭 예이츠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풋볼팀과 농구팀의 스타 선수로 활약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휴스턴의 유명 힙합 그룹 ‘스크루드 업 클릭(SUC)에서 래퍼 ‘빅 플로이드’로도 활동했다. 플로이드는 마지막 안식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옆이었다. 플로이드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숨쉴 수 없다”고 괴로워하며 “엄마, 엄마”를 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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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한 가수가 '변화는 올 것이다(A Change is Going to Come)'란 노래를 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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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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