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의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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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쥔 은빛 사내가 성큼 걷는다. 자기 키 만큼 넓은 보폭으로 힘차게 다리를 뻗었다.
높이 2m에 달하는 김성복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어떤 시련이 와도 헤쳐 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다. 주먹과 발이 머리보다 큰 이 사내는 만화 영화 '우주 소년 아톰' 주인공과 충남 서산마애삼존불 이미지의 결합이다. 악당을 불리치는 아톰과 '백제인의 미소'로 불리는 불상처럼 위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이 이 조각 의미와 겹친다. 상반기 매출이 급감한 갤러리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각 작품 거래 장터인 제5회 '조형아트서울'은 올해 주제를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로 정했다.
이번 아트페어 개최 여부를 두고 고심했지만 17~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86개 화랑이 작가 600명의 미술품 2000여점을 들고 총출동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스위스 아트바젤 등 주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등이 줄줄이 연기·취소되는 가운데 열리는 행사여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참여 화랑 93개보다 줄었지만 전시 면적과 작품수는 전년과 비슷하다. 다만, 외국 화랑들의 참여가 어려워져 국내 분점이 있는 프랑스 오송-파리, 중국 상하이 묵지아트, 한국 작가 작품을 주로 거래하는 미국 아트센터 마이애미만 부스를 차린다.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작년에 외국 화랑 10개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 해당 화랑의 자국 출국 금지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참여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정경연 무제 |
국내 갤러리로는 웅갤러리, 청작화랑, 이정갤러리, 비앙갤러리, 갤러리 가이아 등이 부스를 차린다. 먼저 웅갤러리는 분자가 분열하는 듯한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를 표현한 신한철 작가 조각 '꿈무리'를 내세운다. 청작화랑은 원로 조각가 전뢰진 작품 '환상', 이정갤러리는 추상화 거장 이우환이 푸른색 점을 찍은 'Dialogue(대화)'를 대표작으로 펼친다. 비앙갤러리는 한지 작가 전광영 '집합', 갤러리 가이아는 하트를 품고 있는 브라질 팝아트 작가 로메로 브리토 조각 'faith(믿음)'를 설치할 예정이다.
실내 전시지만 김성복의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비롯해 권치규, 김병규, 김성민, 김재호 등 작가 12명의 대형 조각 특별전도 펼친다. 장애예술가 창작 레지던시 '잠실창작스튜디오', 유리조각전, 신진작가 공모특별전, 제주작가 특별전 등도 열린다.
40여년간 작업용 면장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장갑작가'라고 불리는 정경연, 국내 유리조형 분야 권위자인 고성희 특별전도 마련된다. 유학시절에 친정 엄마가 소포로 보낸 면장갑에서 영감을 받은 정 작가는 작업용 면장갑을 염색하고 이어붙여 모성과 노동 등 삶의 애환을 표현한다. 이번에는 관객들이 흰 장갑에 글귀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전시장에 빨래집게로 너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장갑 널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관객들의 참여로 모인 장갑은 정 작가 작품에 활용될 예정이다.
고 작가는 기억을 모티브로 인체와 활자를 활용해 과거의 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뭔가를 움켜쥔 손을 표현한 푸른색 유리 작품 '2020년 3월 Ⅱ'를 전시한다.
코로나19에도 아트페어를 강행하지만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건축물에 어울리는 조각이 대규모 전시돼 주요 관람객이 건설사 등 기업 관계자들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비용의 1%를 미술작품 설치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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