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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동상이목(同想異目)]회장님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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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머니투데이

‘마스크 없는 평범한 일상’은 여전히 꿈도 꿀 수 없지만 그래도 잠시 주춤한가 싶더니 다시 주변이 온통 시한폭탄이다.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시 출근길에 나서고 사람들도 만나기 시작했는데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수도권 일대에서 무증상이거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COVID-19)는 더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6월부터 외부인 출입금지 등 사옥 봉쇄를 일부 완화하려는 타이밍에 벌어진 재확산이라 안타까움이 더하다. ‘슬기로운 회사생활+코로나19 차단’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만일 우리 회장님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얼마 전 몇몇 대기업 임원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상상만 해도 아찔한’ 질문을 던졌다. 정답이 없고 현실성도 낮은 얘기라 각자 두서없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의견을 얘기했는데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물론 일정기간 격리치료 후 완치를 전제로)였다.

‘불충‘(不忠)은 아니다. 어차피 회장님이 임직원과 항상 대면하거나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일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틀의 경영방침과 의사결정 방식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크게 차질이 생길 일은 없다.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감염경로에 대한 과도한 관심 내지는 추적이다. 제아무리 회장님이라도 일단 확진판정이 나면 감출 방법이 없다. 당국의 감염경로 확인도 필수다. 그리고 이게 대중에게 알려지는 시점부터 다수의 관음적 시선은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전염됐을까’로 모인다.

사적 경로여도, 공적 경로여도 문제다. 팩트를 가장한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분석이 난무한다. 얼마 전 한 대기업도 임원 비서의 코로나19 감염이란 얘기와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개인신상이 나돌아 홍역을 치렀다. 허술하거나 미흡한 해당 기업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에 대한 질타는 기본이다.

그래서인지 참모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자신으로 인해 윗사람이 감염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대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코로나19에 대한 민감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모그룹 회장은 여전히 보고를 받거나 대내외 미팅, 식사를 할 때 앞 사람, 옆 사람과 2m 간격을 둔다고 한다. 어떤 또다른 그룹 회장은 평소처럼 수시로 아랫사람을 가까이 불러 현안을 챙기고 지시를 한다고 한다. 이럴 때 참모들은 더욱 긴장한다.

사실 방역의 기본원칙만 잘 지킨다면 무조건 격리된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대부분 기업이 예측이 불가능한 초유의 위기를 맞아 비상경영체제에 준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라 무작정 발목이 묶인 채 허송세월할 수도 없다.

같은 맥락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직접 사업장에서 만나 공개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논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가 “과감한 도전문화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는 등 현장을 챙기는 일이 잦아졌다.

돌이켜보면 기업들은 편안한 경영환경에 놓인 적이 별로 없다. 늘 위기였고 늘 긴장하며 정확한 진단과 예측, 슬기로운 대비책을 찾아 헤맸다. 농담처럼 던진 “회장님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이란 생뚱맞은 질문도 평범하거나 정상적인 경영환경에 대한 역설적 갈구로 느껴졌다. 더불어 본연의 경영활동과 관계없는 일로 더 많은 세간의 관심과 비판을 받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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