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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등굣길 르포]3차 개학, 아이는 신나지만 학부모 불안과 믿음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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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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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초중고등학교 3차 개학을 하는 3일 학생들은 집 밖을 벗어나 학교로 향하는 즐거움이 앞섰지만, 학부모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4학년 전병우 군(11)은 "친구들을 만나서 좋아요.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더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교장선생님이 반겨주는 교문으로 들어갔다.

청운초는 학년별로 일주일에 하루씩 등교하기로 했다. 학교 운영위원회와 어버이회가 의견을 모은 결과다. 이에 따라 약 100여 명의 4학년 학생들이 3일 등교했다.

펜과 수첩을 들고 있는 기자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귀를 들이밀었다. 옆에 있던 학생의 할머니가 "저거 체온계 아니니까 빨리 들어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펜을 체온계로 착각한 학생의 순진함보다 올해 상반기를 지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코로나19)이 어린 아이들에게 습관이 된 것이 새로웠다.

손자를 정문으로 보낸 할머니는 "아이가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다며 이날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면서도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오늘도 8시 50분까지 등교인데 일찍 가자고 하는 걸 겨우 설득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대부분 불안하지만 학교 수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책상도 띄워 앉는 등 거리 두기를 실시한다고 해 걱정은 좀 덜었다"며 "맞벌이가 많은 상황에서 회사나 집이나 학교나 안전지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학교를 믿으려 하는 편이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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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교로 보내고 나오는 한 학부모는 "등교하는 게 걱정은 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쌓는 것도 필요하다"며 "학교에서 환기가 잘되도록 창문도 열어놓고 방역에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긴급돌봄을 신청해 저학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아이도 보였다.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부모는 "맞벌이를 하는데 아직 애가 어려서, 서류를 갖춰서 긴급돌봄을 신청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등교시키고 자녀와 함께 유치원으로 향하는 부모도 보였다. 자녀의 유치원 가방을 대신 멘 한 학부모는 "유치원도 개학했어요. 물론 한 주에 한 번이지만요. 불안은 한데 애들도 친구들 만나는 거 좋아하니까 배우는 것도 있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오전 등교가 끝나고 만난 이영주 청운초 교장은 "(학생들이) 너무 반갑고 오래오래 기다렸다. 낯익은 학생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뿌듯하고 매일 등교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어 "방역은 지난주에 구청에서 지원이 나왔고, 한 달 전에는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지금까지 성실히 해왔고 앞으로도 성실히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초중고교 등 187만 명의 등교가 예정됐던 3차 개학은 수도권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질을 빚게 됐다. 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을 전국에서 등교 수업 일을 조정하거나 연기한 학교 534곳 중 531곳이 수도권 소재 학교였다. 서울이 초중고 등 27개교, 인천이 부평과 계양을 중심으로 245개교, 경기가 부천을 중심으로 259개교가 수업일을 조정하고 등교를 연기했다.

박우일 서울시 교육청 공보팀장은 "확진자나 밀접접촉자와 동선이 겹친 학생이 나올 경우 학교장이 판단해서 본청과 상의를 통해 등교 연기와 수업일 조정을 할 수 있다"며 "재등교 시에도 학교장과 본청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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