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때 G20 가입도 경사였는데 G11 되면 국격상승에 큰 도움"… 文대통령 "국민도 기뻐할 것"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한국·호주·인도·러시아 등 4국을 추가로 초청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G7 회의 참석이 '반중(反中) 전선' 합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G7 초청을 전격 수락한 데는 코로나 방역에 이어 한국의 외교 위상을 격상할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임기 후반기 남북 협력 등에 있어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의미도 있다.
강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G7의 옵서버 자격으로 가는 일회용·일시적 성격이 아니라, 한국이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청와대는 G11 또는 G12 가입이 이명박 정부의 G20 정상회의 가입·유치를 뛰어넘는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대변인은 "(2008년) G20에 가입한 것도 외교적 경사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G11 또는 G12의 정식 멤버가 될 경우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결정엔 남북 관계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엔,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의 목표로 추진해오던 남북 협력이 미국의 반대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 통화를 대외적으로 언급하고, 긍정적 발표문을 내면 좋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 한국 국민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G7 확대를 공식화하는 데 앞장서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 관련 사안을 안건으로 올리고 '반중 전선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청와대 일각에선 미·중 갈등 여파와 이에 따른 한·중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반발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중국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정상회의 참여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과 당장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방한(訪韓)에 미칠 영향 등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는 G7 참석과 시 주석 방한을 동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 미·중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에게 코로나 사태가 향후 1~2년 갈 문제라면 미·중 갈등과 우리의 선택은 앞으로 50년, 100년의 국가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미·중 갈등 속 우리의 입장과 대중·대미 관계는 매우 신중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청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단 G7 참여와 한·중 관계, 방역·경제와 안보는 각각 별개라는 분리 대응 기조로 '투 트랙 외교'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준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