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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분수대]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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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진석 사회에디터


전설이 된 퀀텀펀드의 공동 설립자 짐 로저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두 차례나 세계를 누볐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그 행로를 정리한 두 권의 여행기(『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역시 별스럽다. 방문지의 경제 효율성 저해 요인을 지적한 여행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저해 요인에 선진국과 비정부기구(NGO)가 포함됐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영혼 없는 원조’가 아프리카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조 물품의 상당량이 빼돌려져 독재자와 중간 상인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특히 NGO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이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창문마저 꼭꼭 잠근 채 타면서 근사하게 살고 있다. (중략) 경비원이 지키는 출입구가 갖춰진 고급 주택 단지에서 위성 TV를 보면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설명하며 돌아다닌다. (중략) 원조가 중단되면 NGO는 아프리카에서 더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NGO는 이제 큰 사업이 됐다. 부패한 정부로 인해 생겨나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갖게 된 NGO는 해외 원조와 부패한 정부 사이에 개입하는 수많은 중개인을 양산해냈다.”

로저스는 말라위의 리조트에서 호화판 회의를 하면서 현지인 출입을 막은 독일 NGO 단체의 위선적 행태 등도 고발했다. 그러면서 “현지인들은 NGO에게 고마움이 아니라 모멸감을 느낀다. 이들을 새로운 식민주의자라 부르기까지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책이 나왔던 2000년대 초만 해도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처럼 보였다. 당시는 한국의 NGO가 ‘돈과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무기로 정·재계를 성역없이 비판해 갈채를 받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투명한 자금 관리, 조직 이기주의, 권력 영합, 비판정신 상실로 특징지어지는 현재의 한국 주류 NGO는 로저스의 비판 대상에 겹쳐놓아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대협 의혹 보따리를 둘러멘 채 국회 입성을 강행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면 그 바닥에서 예의염치(禮義廉恥)마저 사라진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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