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 재편 화두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구했다. 문 대통령은 G7(주요7개국)를 넘어 G12가 적절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1일 밤 한미 정상 전화통화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약 15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9.09.24. photo1006@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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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를 G11 이나 G12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다.
문 대통령은 "금년도 G7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한국을 초청해 주신 것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금년도 G7의 확대 형태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G7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며 “G7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G11과 G12의 차이는 브라질 포함 여부다. 문 대통령은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브라질을)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4.18.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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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의 통화는 올들어 세번째다. 올 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문 대통령은 여러 정상들과 전화통화로 긴급한 외교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세 차례로, 가장 많이 통화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미국의 첫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호의 발사 성공에 대한 대화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인류에게 큰 꿈을 심어준 매우 멋진 일이었다"며 "미국이 민간 우주탐사 시대라는 또다른 역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크루드래건호가 발사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함께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G7의 9월 개최와 함께 한국 초청을 처음 언급했다.
물론 한국의 국가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결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한미 정상의 통화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최근 전략적인 위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을 압박·봉쇄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강한 만큼 한국의 외교력을 시험대에 올리는 숙제라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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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뜩이나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곤혹스런 처지다. 끝나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미국은 코로나19 중국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기존의 국경없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신뢰가능하고 안전한 나라로 대체하려는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미 당국자가 앞서 말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도 이런 맥락이다. 외교안보 차원을 넘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홍콩 문제도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선택을 요구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정부의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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