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5일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쇼크 극복을 위해 확장 재정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 2023년 54.5%로 급증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안에 대해서도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1차 추경은 11조7000억원, 2차 추경은 12조2000억원으로 3차 추경 규모는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3차 추경 규모가 50조원으로 결정되면 올해 예산 규모는 세 차례 추경을 합쳐 575조원, 재정적자 규모는 140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3차 추경까지 추진하면서 국가채무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긴급재난지원금용 2차 추경만 반영해도 올해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89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채무는 819조원으로 지난해 결산 대비 90조2000억원 급증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8.1%에서 41.4%로 뛸 전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3차 추경 규모를 30조원으로 예상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1.2%), 세수 결손 예상액(30조원)을 반영할 경우 연말 국가채무는 849조원으로 치솟는다. 1년 만에 무려 12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덩달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6.5%로 높아진다. 2023년에는 국가채무 113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54.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전망도 비슷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46%로 뛸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가 재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고 일축했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역할은 필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재정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세를 포함한 재원 확보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정 여건은 괜찮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