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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경북도 `철강中企` 기술개발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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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항철강산업단지는 올해로 조성된 지 48년 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철강산업 집적단지다. 하지만 1980~1990년대 영광을 뒤로한 채 2000년대 접어들면서 노후화된 산업단지로 전락해버렸다.

포항철강산단 관리공단에 따르면 이곳에 입주한 354개 기업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29억8115만달러로 5년 전인 2014년(43억9916만달러)에 비해 32%나 줄었다. 고용 인원도 매년 감소해 올해 1만4157명(3월 기준)으로 5년 전보다 11% 감소하는 등 기업 전체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이처럼 철강산업 위기가 고조되자 경상북도가 철강산업 재도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의 경쟁력 하락은 결국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장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이다. 현재 정부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심사를 진행 중인 이 사업은 미래 산업 수요 변화에 맞게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사업 기간은 2021~2025년 5년간 국비 2027억원 등 사업비 2898억원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강화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가 구상하는 철강산업 기술개발은 고부가가치 분야와 친환경·자원순환 분야, 산업 공유자산 분야 등 크게 세 가지다.

고부가가치 분야는 전기차와 로봇, 신재생에너지, 5G, 수소산업 등에 활용되는 분말이나 소재 등을 개발해 수입대체 효과를 얻고 신규 매출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수소 이송용 스테인리스 배관을 개발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고압 배관을 국산으로 대체해 2040년까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자원순환 분야 역시 기술개발을 확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철강 분야는 각종 찌꺼기나 분진 등 철강 부산물의 발생량과 처리 비용이 증가해 이 분야의 기술개발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를 통해 환경 규제에 대비한 철강 부산물 재활용으로 산업 간 연계 제품과 연료 개발 등을 통해 매출 증가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 공유자산 분야는 수요 산업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처럼 경북도가 중소 철강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에 적극 나선 이유는 이들 기업이 철강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중소 철강기업은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소재 가공이나 후처리 등을 담당하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대기업과 긴밀한 공생 관계에 있다. 결국 부실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철강 분야 전반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는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악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내 철강기업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 21곳의 연구개발비(212억원)는 포스코 등 대기업 3사 연구개발비(6866억원)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는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요 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침체도 심화돼 이미 지난달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5~6월 수출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철강산업이 새롭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의 예타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항철강산단 한 입주기업 대표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유동성 지원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술개발 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안동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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