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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단단하고 말랑한 '자립'의 기록 '서울에 내 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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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권성민, '서울에 내 방 하나'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노컷뉴스

(사진=해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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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어깨 위에서 자기 삶을 먼 곳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내 삶의 모양은 오로지 내 손이 닿는 곳까지만 알 수 있었다. 직접 가서 만져봐야 깨달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_'서울에 내 방 하나', 프롤로그 중

권성민 전 MBC PD에게 '자립'이란 하나하나 더듬고 손으로 짚을 수 있는 곳까지만 모양을 알아가던 것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덜컥 겁이 나고 막막했던 것도 하나씩 차례대로 겪고 손으로 만지다 보면 금세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다고 한다. 책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자립'이라는 건 단순히 홀로 산다는 의미만을 갖고 있지 않다. 내 삶을 꾸려가며 생기는 일들을 혼자서 해결하고 오롯이 책임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자립했다고 말하고,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독립해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 '자취하는 인간'으로 살아온 저자가 경험한 순간, 다시 말해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현재의 삶을 그려나가는 에세이다.

배우 문소리는 추천사를 통해 권 PD의 삶과 그의 기록에 관해 "아직도 자주 휘청거리며 사는 나는 그의 단단하고 말랑한 세상살이가 존경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손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그 단단하면서도 말랑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책 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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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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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은 고시원에서 작은 책장을 놓을 수 있는 방, 원룸 월세에서 투룸 전세로 바뀌며 그의 삶도 많은 과정과 경험을 거쳤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병행하던 대학 시절을 거쳐 MBC에 입사하고 부당 해고와 복직 과정 등을 겪었다. 그의 손닿을 수 있는 곳이 넓어지며 삶도, 생각도 점차 확장됐다. 그의 홀로서기는 '자취'에서 '자립'이 됐다.

이처럼 책을 통해 '서울에 내 방 하나'를 마련해온 권성민 PD의 성장과 자립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일상과 에피소드는 인생의 자립을 결심한 모든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다만 조금은 겁이 덜 났을지도 모르겠다. 아, 겪어보면 별거 아닌가 보구나. 그 정도 얘기만 옆에서 누가 들려줘도 힘이 나는 순간들이 참 많다. 이 책이 그런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_프롤로그 중

권 PD의 홀로서기 과정에는 혼자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지만, 오직 홀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홀로 단단하게 꾸려온 삶이라 생각해 온 시간에는 사실 '타인'과 '우리'가 존재한다. 권 PD는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언제고 힘들었던 순간에 곁에 있어 주고 함께했던 마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빈 들에 한 송이 핀 꽃도 오롯이 제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일찍이 자립해 혼자 단단하게 꾸려온 삶이라 생각했건만, 결혼과 이직을 거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볕과 물이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삶의 꽃 같은 순간마다 기억할 일이다. 싹도 틔울 수 없는 시린 날에도 조용히 뿌리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 _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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