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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쿠팡발 코로나19 사태, 온라인몰까지 타격…생필품 수급 불안감 확산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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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갑작스레 악화 /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급속도로 확산 / 쿠팡, 큰 폭의 적자 기록하면서도 혁신 사업 모델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호평 / 코로나19 국면에서 선전했단 평가받아 왔던터라 파장 상당해 / 수익 추구에 매몰…정작 노동자 생명, 안전 등한시했단 비판 목소리 커져 / 경기도 “쿠팡 역학조사에 필요한 직원 명단 제공도 지체하는 등 방역 협조하지 않았다” / 최악의 상황 피하기 위해 사실상 영업금지 해당하는 집합금지 명령 내려 / 일련의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몰까지 타격 입어 / 생활필수품 수급, 국민 불안감 높아질 수 있어 / 방역당국 서둘러 대책 마련해야

잠시 주춤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순식간에 2차 유행을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 감염이 꼬리를 물며 'n차 감염'을 이어가다가 경기도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다시 큰불로 번진 모습이다. 마켓컬리 물류센터 노동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람 간 접촉이 잦아졌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움찔했던 바이러스가 다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확진자 숫자는 생활 방역으로 전환된 이달초 저점을 통과한 뒤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때 한 자릿수 혹은 국내 감염기준으로 0명까지 갔던 일일 확진자가 이제는 세 자릿수에 육박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이른바 '깜깜이' 확진자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 2주간 전체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섰다.

확진자 대부분이 발생한 수도권은 우리 국민의 절반가량이 사는 인구 초밀집 지역이어서 한번 고삐가 풀리면 수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해외의 많은 나라의 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쿠팡은 그동안 적자 속에서도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면서 이번 일이 터졌다.

경기도는 쿠팡이 역학조사에 필요한 직원 명단 제공도 지체하는 등 방역에 협조하지 않았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영업금지에 해당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생활필수품 수급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질 소지가 있는 만큼 관련 당국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일보

28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쿠팡 고양물류센터의 모습.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지역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에 대해 28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일반기업에 코로나19 감염 확산방지를 위해 내린 첫 집합금지 행정명령이다.

이 지사는 이날 28일 경기도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부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오늘 오전 10시까지 69명의 집단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됐고, 전수조사결과에 따라선 앞으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처분서를 이날 쿠팡 물류센터에 전달하고, 행정 명령 위반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 2공장은 부천시 신흥로에 위치한 지상 7층 건물이다. 이곳에 근무중인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방문자 등 415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83.3%인 3463명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다.

검사결과, 관련 확진자는 28일 오전 10시까지 69명(인천 37명, 경기 31명, 서울 18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24일 1명, 25명 1명, 26일 1명, 27일 21명으로 집계됐다.

이 지사는 “확진자 발생 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가 많았고, 회사 측이 확진자 발생 인지 후에도 수백 여명의 관련자들이 위험에 장시간 노출되게 하고, 역학조사에 필요한 직원 명단제공도 지체해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번 행정명령으로 기업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 점은 안타깝지만 현재 상황이 매우 시급하고 엄중하기에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와 방역의 조화를 위해 일반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전면폐쇄조치(셧다운)를 자제해 왔지만 최악의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폐쇄조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특정 기업 활동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은 전면폐쇄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필요시 언제든지 어디에서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염과 확산예방을 위해서 기업활동에서 표본검사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감염의 조기발견과 확산방지를 위해 무작위 표본검사를 하려는 기업에 풀링검사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풀링(Pooling) 검사는 한 번에 한 사람의 검체를 검사하는 기존 방법과 달리 5~10명 정도의 검체를 섞어 한꺼번에 검사하는 방식이다. 기존 개별검사보다 평균 50% 정도 진단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명, 코로나19 ‘지역감염 온상’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 집합금지 행정명령

이 지사는 물류까지 제한하는 것은 경제행위에 대한 과도한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당연하다. 만약 물류가 이곳밖에 없다면 사실은 더 고민이 되겠지만 다른 업체들도 있고 동일한 기업에 다른 장소에 물류취급시설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 높은 시설에 대해 집합을 금지해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봐서 집합금지명령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반적 기업활동에 대한 일반적 금지는 이번이 처음인데 그렇게 해야 할 만큼 지금 상황이 엄중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자칫하면 코로나가 배송될 수 있어서 부득이한 조치였다. 이런 폐쇄조치 같은 것들이 내려질 경우에 기업 측도 훨씬 큰 손실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당연히 아실 것이기 때문에 이러지 않도록 각 기업 측에서 각별히 마음 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선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쿠팡이 확진 사례를 통보받고도 계속 근무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 위험에 노출됐다는 부분 등 보도들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행위는 일반적인 상황이어서 제재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예를 들면 행정기관의 행정명령을 어겼다든지 이러면 모르겠는데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지연이나 방임 이런 것들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화장실 안에서 누가 졸도했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40대 계약직 근로자 갑자기 숨져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계약직 근로자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28일 인천 서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 물류센터 4층 화장실에서 40대 남성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근로자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 근로자는 "화장실 안에서 누가 졸도했다"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씨는 사망했다. A씨의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A씨는 정규직원이 아닌 계약직 근로자로 3교대 근무조 중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일하는 오후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부천 물류센터와는 다른 센터다.

◆쿠팡 “자사 상품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믿고 써도 된다”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이 고객들에게 "(쿠팡의) 상품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28일 강조했다.

쿠팡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로켓배송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명이고 소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 이후 쿠팡이 고객들에게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쿠팡은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문답으로 정리한 형태로 입장을 내놨다.

쿠팡은 이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사태 확산 초기부터 전국 모든 물류센터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날마다 방역을 했으며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쓰고 작업하도록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모든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세계일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뉴스1


방역은 단순히 소독약을 뿌리는 수준을 넘어 방역 인력이 천에 소독약을 묻혀 손잡이나 문고리처럼 사람 손이 닿는 곳을 구석구석 손으로 닦는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신선식품 상품은 포장된 상태로 입고돼 출고까지 직원이 직접 상품을 접촉하는 일이 없고 일반 상품 역시 매일 방역조치가 이뤄지는 물류센터에 보관된다고 덧붙였다.

또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 사례 중 택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쿠팡의 상품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믿고 써도 된다"고 강조했다.

◆생필품 싸고 빠르게 구할 수 있도록 최선 다했다는 쿠팡 “야단치는 말씀도 겸허히 듣겠다”

쿠팡은 향후 조치에 대해 "방역 당국과 협의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꼭 필요한 조치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세한 조치 내용은 그때그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쿠팡 측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생필품을 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야단치는 말씀도 겸허히 듣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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