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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NPO 스캔들[박종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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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를 아시나요. 선진국형의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을 목표로 국세청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비영리단체(NPO)들의 결산서류를 기초로 다양한 기부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유일의 정보플랫폼입니다. 가이드스타는 외부감사를 받고 회계를 투명하게 운용하고 공시하는 비영리단체에 대해서는 별점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무려 174개 단체가 최고등급인 별 3개 인증(크라운)을 받았습니다.

한창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을 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사업실적 총자산 기부금 및 수익금 현황 등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평가정보인데 정의연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없습니다. 정의연은 2018년 기준 총자산 23억원, 기부금은 12억원이나 되는데도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정의연은 외부감사 의무대상이 아니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200만~300만원만 들이면 전문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30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이 회계나 운용 측면에서는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단체가 아니라는 게 확인됩니다.

정의연과 윤미향 전 대표(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상징과도 같은 이용수 할머니가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여러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경기 안성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게 샀다는 지적부터 기부금 허위기재, 회계처리 오류, 개인계좌 모금 등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윤미향 전 대표는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의심도 받습니다.

정의연과 함께 대표적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나눔의 집’에서도 “막대한 후원금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운영진에 의해 독점 운용되고, 양로시설로 전락했다”는 내부 고발이 터졌습니다. 나눔의 집은 그동안 후원금을 모아 60억원 넘는 부동산과 70여억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이드스타에 들어가 나눔의 집을 검색해 봤습니다. 아무 자료도 뜨지 습니다. 최소한의 기본내용조차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가이드스타의 권오용 사무총장(상임이사)은 정의연이나 나눔의 집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3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제도적 측면인데, 정부나 국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은 자산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기부금(정부 보조금)이 20억원을 넘어야 외부감사 의무대상인데 이를 대폭 낮추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기부금이나 보조금을 1원이라도 받으면 외부감사 의무대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이나 개인이 낸 기부금은 대략 15조원에 이릅니다.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힌 것입니다. 기부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게 하는 것은 조세정의를 세우고 탈세를 막는 것과 같습니다. 영국에는 자선단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음으로 기부자들이 할 일이 있습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선의를 가지고 기부를 하겠다면 반드시 사전에 최소한의 검증작업은 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가이드스타에 들어가 한두 번만 찾아봐도 정의연이나 나눔의 집 같은 곳에는 기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기부자들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영리단체 운동가들의 인식과 자세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정의연이나 윤미향 전 대표는 “전시 성폭력 문제를 국제적으로 의제화하고 보편적 인권문제로 만드는데 기여한 이 운동을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정의연에 대한 의혹제기를 인권운동을 탄압하는 것이며, 친일·적폐세력의 부당한 공세라고까지 몰아세웁니다.

정의연도, 나눔의 집도 사건의 본질은 이념공방이나 진영싸움이 아닙니다. ‘기부스캔들’과 ‘회계부정’이 핵심입니다. 이념전쟁이나 진영싸움으로 위장해 그 뒤에 숨어서는 안 됩니다. 일제 성폭력이라는 불의의 권력을 상대로 30년간 싸웠는데 언제부터인지 정의연과 윤미향 전 대표 스스로 정의롭지 못한 또하나의 권력이 됐습니다. 그 첫 마음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박종면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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