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받고 나오며 묵묵부답 일관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에 대한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가 2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경찰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22일 오전 11시16분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A(49)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난 A씨는 빠르게 걸어 경찰 호송차로 이동했다. 고 최씨의 형은 A씨를 향해 “내 동생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법원 앞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지하통로를 이용해 법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고 최희석 경비원 추모모임 등은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구속과 엄정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적반하장 가해자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A씨의 구속과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3000여명의 서명이 실린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A씨를 지난 18일에 불러 조사한 뒤 다음날 상해,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폭언과 폭행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22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에서 고 최희석 경비원 추모모임 관계자와 유가족들이 최씨를 폭행한 아파트 주민 A씨의 구속과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법원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외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최씨가 A씨에게 맞아 코뼈가 골절됐다는 의혹에 대해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언론을 통해선 “최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주민들이 허위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 A씨에게 폭행과 협박 등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음을 남겼다. 유가족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최씨의 음성 유언에 따르면 그는 “A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며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불안한지 아느냐”고 털어놨다. 최씨는 또 “정말 A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 달라”며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을 도운 입주민들에겐 “정말 감사하다, 저승 가서라도 꼭 은혜 갚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입주민 A씨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씨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20분 기준 41만9140명이 동의해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두 배를 넘겼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제발 아저씨(고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A씨에 대해) 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게 같이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