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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요리부터 서빙까지 로봇이 다하니 코로나도 안심…언택트 소비 주도하는 푸드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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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피자 레스토랑 `아미치스(Amicis)`에 자율주행 서빙로봇 `페니(Penny)`가 음식을 나르고 있다. [사진 제공 = 베어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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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면면을 바꾸면서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로봇' 도입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언택트 트렌드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식품 기획뿐 아니라 제조, 서빙, 배달까지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핵심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 역시 식품·외식 산업에서 사람을 대체해 나가며 언택트 소비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한 이같은 푸드테크 기술 발전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소비자의 패턴을 바꿈으로써 '자동화'라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며 "사람들은 직원이 적고 로봇 기계가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년 86억4000만달러(약 10조6300억원)였던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2억달러(약 21조1700억원)으로 두 배 가량커졌다. 2022년에는 400억∼500억달러(약 49조2000억∼61조5000억원)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비스 로봇은 사업장의 요리·서빙·배달뿐 아니라 가사일까지 책임지는 로봇을 포함한 개념이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서 차로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베어로보틱스 본사. 입구에 들어서니 모형 초밥을 머리에 얹은 서빙로봇 '페니' 1호가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2017년 5월 현지 한 순두부찌개 식당에 처음 등장한 페니 1호는 8개월간 5만명가량의 손님을 접대하며 외식업계에 로봇 신드롬을 일으켰다.

작업실에서는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페니가 시범 주행을 하고 있었다. 음식을 나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빈 그릇도 동시에 수거할 수 있도록 여러 단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여러 테이블 사이를 오가던 페니는 사람의 발이 그 앞에 놓이자 즉시 우회했다. 하 대표는 "페니가 안전한 이유는 카메라뿐 아니라 각종 라이다와 센서로 사방의 모든 사물을 감지하기 때문"이라며 "바닥 자체가 울퉁불퉁한 것과 식당 테이블 다리 밖으로 튀어나온 고객의 신발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페니가 이를 해낸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도로 위보다 음식점에서의 변수가 훨씬 많다"며 "언제 어떻게 아이들이 뛰어놀지 모르고, 식사 도중 누가 수시로 기지개를 켤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베어로보틱스는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서빙로봇을 설계한 공로로 지난해 미국외식업협회로부터 '키친이노베이션어워드'를 받았다. 설립된 지 2년여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수상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 현재 페니의 월 대여료는 한화 약 170만원. 하 대표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미국 구글 사내식당을 비롯한 음식점, 양로원, 카지노 등에 100대가량 배치돼있는 페니는 1만여대에 달하는 선주문을 충당하기 위해 대량생산 체제를 준비 중이다. 베어로보틱스에 따르면 서빙업무를 페니에게 맡겼을 때 식당 직원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은 이전보다 40% 늘고, 고객 만족도는 95% 높아졌다.

기술력을 앞세운 덕분에 최근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3200만달러(약 373억원)를 유치했다. 퓨처플레이, 네이버 라인, 우아한형제들 등의 투자금을 포함한 누적 유치금액은 약 422억원이다.

아예 주방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로봇도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햄버거 가게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햄버거맨'이란 이름의 로봇이 350개 센서와 20개 컴퓨터를 이용해 피클, 양파, 치즈 등 재료를 손질하고 패티도 굽는다. 버거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햄버거맨은 시간당 버거 130개를 만들 수 있다. 판매가격도 6달러대로 합리적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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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도입한 실내배달로봇 딜리타워.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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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 자리한 '스파이스'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스파이스에는 사람 대신 7대 로봇이 주방장 역할을 맡고 있다. 주문부터 볶음밥 조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 남짓. 이들이 한 시간에 만들 수 있는 요리는 200인분에 달한다. 손님에게 완성된 음식을 전달한 후엔 조리 과정에서 사용한 팬 등도 로봇 스스로 설거지한다.

국내 음식배달 대행 시장 1위인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해 비대면 서비스를 확장한다.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실내용 로봇 '딜리타워'를 시범 운영 중이다. 딜리타워는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뒤 타고 내릴 수 있는 기기로, 사전에 입력된 여러 이동경로를 활용해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한다. 한번에 음료를 최대 12잔까지 실을 수 있다. 이동 속도는 초속 1.2m로 사람 보행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며 좁은 통로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자동으로 속도를 줄인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딜리타워가 수행한 주문은 총 94건으로 255잔의 음료가 배달됐다. 기계 오류 등으로 인한 결함은 없었다.

무인시대를 이끄는 또 다른 키워드로는 인공지능(AI)이 있다. 고객의 주문을 받고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데서 더 나아가 고객의 성향을 스스로 분석해 메뉴를 제안하는 AI가 등장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체리 스트라이프'는 사람이 아닌 AI가 만든 제품이다. 앞서 코카콜라는 미국 전역에 여러 종류의 음료가 나오는 음수대를 수천개 설치했고 여기에 저장된 기록을 바탕으로 AI가 새 레시피를 개발해낸 것이다.

시리얼 제조업체인 켈로그도 IBM의 AI인 '왓슨'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켈로그는 고객들에게 50가지 이상의 재료를 주며 원하는 시리얼을 만들게 한 후 수천개의 조합을 왓슨에 입력해 새로운 레시피를 제안받았다. 글로벌 햄버거 전문점인 맥도날도도 AI 벤처기업인 '다이나믹 일드'와 손잡고 손님들에게 메뉴를 추천해주는 AI를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식품제조 분야에도 최첨단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1조원을 투자한 '진천블로썸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약 10만평 부지에 설립 중인 CJ진천블로썸캠퍼스는 햇반 등 가정간편식(HMR) 생산방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지능형 기지다. 각종 설비와 기계 등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제조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또 생산라인에서 핵심공정의 일부를 모듈(Module)화해 다양한 제품을 탄력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다품종 대량생산시스템도 구축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소비 트렌드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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