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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코로나 백신 개발, 경주마식 '속도 경쟁'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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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제약바이오 업계 "단편적 소식에 일희일비 말아야"

"빨라도 연말 돼야 의미있는 데이터…침착하게 기다려야"

초고속 개발 보완할 안정성·유효성 장기 추적조사 필요

뉴시스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 3월16일 미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건강연구소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1단계 안전 연구 임상실험을 위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20일(현지시간) DNA 백신을 25마리의 붉은털원숭이에게 예방접종한 뒤 원숭이들에게 항체가 형성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부분적 또는 완전하게 보호받았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고 미 CBS 방송이 보도했다. 20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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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전문가들과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백신을 경주마식 개발 경쟁으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단편적인 소식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1상 중간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들썩였다. 미국 언론을 통해 성공적이라고 발표됐다가, 하루 만에 의구심이 제기됐고 뉴욕증시는 급등과 급락을 오갔다.

해당 연구는 후보물질이 사람에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주로 확인하기 위한 임상 1상 시험이다. 시험 대상인 45명 모두에서 항체가 형성됐다는 소식이 처음에 나왔다. 그러나 정작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차단하는 중화항체 생성률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첫날 투여된 8명 중 8명에서 중화항체는 형성됐지만, 나머지 환자의 중화 항체 데이터는 없었던 것이다. 또 3명에서 grade3 수준의 전신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어떤 부작용인지 상세 내용은 공개 안 됐다. 데이터를 평가하기 위해선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전문가와 업계에선 작은 소식에 일희일비하는 과열된 반응이 백신 개발을 더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조급함은 의미 있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연구자들의 마음이 급해지면 연구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꼭 검증해야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있다. 경제적인 이익을 노린 부당한 일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편적인 소식에 촉각을 세우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임상적인 성과물이 나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며 “의미 있는 1상 및 2상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도 올해 연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역시 경계하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인 현 시점에서 누가 빠른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가장 앞서 있는 미국 모더나나 한국 제넥신의 백신은 차세대 기술로 거론되는 mRNA ·DNA 백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중 항체를 형성케 해주면서 질병은 유발하지 않는 특정 유전자를 떼 내 체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한 번도 백신 제품화가 돼 본적 없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많은 것이 검증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개발 원리 상 당연히 초기 단계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지만 2~3상으로 갈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기존 백신 대표주자인 사노피, 화이자, 국내 대표인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은 전통적인 기술로 개발 중이다. 특정 유전자를 떼 내 적합한 세포를 찾아 그 세포에 넣은 후 단백질로 만들어 체내 투여하는 전통적 방식의 단백질 백신이다.

이 관계자는 ”mRNA 백신에 비해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오랫동안 쓰인 검증된 플랫폼인 만큼 임상이 진행될수록 가속화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누가 더 빠른지 비교하는 건 의미없고, 특히 성공 여부를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강조했다.

시판 후 장기 추적조사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최단 기간 안에 백신이 개발되려면 항체의 지속효과를 임상시험 기간 내 미처 확인하기 힘들다. 발견하지 못한 부작용 이슈 역시 초고속 개발에선 걸러내기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면역 자체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예측이 어렵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 세계 정부가 개발 과정에 관여하고 심사를 축소하면 1~2년 안에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문제는 원래대로라면 모두 검증했어야할 예방 지속효과, 부작용 등의 충분한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판 후에도 장기 추적조사로 안전성과 약효 지속성을 계속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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