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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위태로운 '빚 돌려막기'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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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정부부터 기업, 개인사업자는 물론이고 개인까지 모두 빚 돌려막기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하는데, 경제 성장은 주춤하고, 대출 규모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대출이 성장성이 낮은 부동산 등으로 과도하게 흘러들어간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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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거리에 대출 명함이 뿌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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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는 4년째 인상 기조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끌어올린 후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2023년 1월(3.50%) 이후부턴 내내 동결 중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1767조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감소했지만, 1년 전보다는 17조2000억원 증가했다.

빚을 돌려막는다는 건 최소 2개 이상의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얘기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으면 다중채무자로 분류한다. 지난해 서울시 개인파산 신청자의 대부분이 다중채무자였다. 채권자가 4명 이상인 비율이 61.2%에 달했다.

기업들은 빚을 갚기 위해서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4월에 회사채를 23조9398억원어치 발행했다. 3월보다 28.6%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달 4조3270억원어치 발행한 일반회사채 중에서 82.6%인 3조5740억원어치가 부채 차환용이다. 3월 부채 차환용 일반회사채 비중은 67.5%였다.

자영업자들도 빚 돌려막기로 대출 연체 금액이 1년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 신용평가회사 나이스(NICE)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3월말 기준 대출 잔액 규모는 689조7200억원으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의 62.0%에 달했다. 다중채무를 진 개인사업자가 3개월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한 연체대출 잔액은 24조7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5%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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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여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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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빚 돌려막기 증가 추세도 1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3월 36조8000억원에서 매분기 늘어나 올해 4월말 현재 39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신금융협회의 지난 20일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카드론이 연체된 이들에게 대출을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인 대환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1조7441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3% 증가했다.

정부도 일종의 빚 돌려막기에 나섰다. 양경숙 의원이 지난 4월 14일 공개한 한국은행의 대對정부 일시대출금 내역을 보면, 정부는 올해 1~3월 한은에서 45조1000억원을 빌렸지만, 32조5000억원을 못 갚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금은 정부가 재정 부족을 세금이나 국채 발행 등으로 메우지 않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출이 생산성 낮은 곳에 투자되면서 세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빚에도 생산성이 있다. 금리 5%로 빚을 내 수익률이 3%인 사업에 투자를 한다면, 빚의 생산성이 낮은 것이고, 장기적으로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하나의 국가에 대입해 보면 우리나라 정부·기업·가계의 부채를 모두 합친 국가총부채 증가분이 국내총생산(GDP) 증가분보다 낮다면, 부채를 계속 늘려야 하고, 이는 결국 국가부도로 이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우리나라 국가총부채(비금융부문 신용)는 지난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2218조원, 기업부채가 2703조원, 정부부채가 1035조원으로 총 5956조원이다. 국가총부채는 1년 전보다 4.9% 늘었지만, 우리나라 GDP는 지난해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생산성 낮은 빚은 결국 영업이익으로 빚도 못 갚는 한계기업의 증가로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 조사에서 우리나라 한계기업은 13.4%에 달해 64개국 중에서 7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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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부동산의 낮은 생산성에 발목을 잡힌 결과다.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이 빚을 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1098조6000억원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860조5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부채는 2734조원으로 2018년 이후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금융권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잔액은 2018~2023년 301조원이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기업부채 증가 규모 대비 부동산 대출이 29.0%에 달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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