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고3 책상에 이름표와 칸막이… 100일 만의 등교, 설레지만 당황스럽기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사, 수업종료 5분 후 퇴실ㆍ시작 5분 전 입실해 휴식시간 ‘거리두기’ 지도

반별로 순차적으로 지정된 구역서 급식, 교실청소도 학생 대신 교사가
한국일보

고3 학생이 이번 학기 처음으로 등교한 대구지역 한 고교 급식실 식탁에 높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중삼중 방역망 뚫고 입실

“내신도 걱정되고 갑갑했는데 등교하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대구지역 고3 학생들도 20일 일제히 등교했다. 지난 2월 10일을 전후로 조기방학에 들어간 지 거의 100일 만이다. 고3 학생들은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개학 연기와 온라인 등교로 대입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기에 등교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교문 진입로에 설치된 방역수칙 입간판과 1m 이상 간격 유지를 위한 바닥 표시, 열화상 카메라, 체온 측정에다 책상마다 설치된 투명칸막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력을 실감했다.

수성구 A고교생들은 교실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책상마다 아크릴로 된 투명칸막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칸막이는 ‘찍찍이’로 떼고 붙일 수 있는 이동식이었다. 이동수업을 위해 다른 교실로 갈 때 들고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북구 B고는 아크릴 대신 골판지로 된 이동식 칸막이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지만 그 동안 집에만 있는 게 너무 갑갑했는데 학교에 오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며 “학교 가는 게 그리워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교실 책상ㆍ급식실 식탁엔 칸막이

책상 위에 이름표와 시간표까지 부착한 곳도 있다. 마스크나 손소독, 열화상 카메라, 체온 측정이야 예상했지만, 급식실도 아닌 교실책상까지 칸막이를 설치한 것은 의외였다. 한 학생은 “우리가 초딩(초등학생)도 아니고…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대구 수성구 한 고교에서 100일 만에 등교한 고3 학생들이 널찍이 떨어져 앉아 수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대구 달서구 영남고 울타리에 이번 학기 첫 등교에 나선 학생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대중교통 대신 걸어오거나 부모가 태워주는 차량으로 등교했다. 자가용 등교가 많았지만, 3학년만 등교한 때문인지 학교 주변 도로가 크게 혼잡한 편은 아니었다.

모든 교사들도 등교시작 시각에 맞춰 출근해 체온측정 등과 함께 1m 거리두기를 지도했다. 또 다른 고교에선 1m 이상 거리를 두고 등교하던 학생 중 일부가 간격이 좁혀지자 지도교사가 거리를 띄우도록 하는 모습도 보였다.

체온 측정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했다. 교문에서 한 번, 교실 입구에서 또 한 번 두 번을 했다. 교실엔 손소독을 한 다음 들어갈 수 있었다.

등교 수업 점심시간대도 종전과 달랐다. 대부분 학교는 등교 시작시간을 오전 7시 20분이나 30분부터 30분 정도로 제한했다. 그 이전, 이후에는 등교를 못하게 했다.

휴식ㆍ화장실ㆍ급식 모두 고역

어렵게 입실했지만 수업 휴식 급식 화장실 등 학생이나 교사나 고역이었다.

수업시간은 그나마 나았다.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를 한 책상에서 듣는 게 다소 불편했지만 견딜 만했다. 하지만 당장 휴식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간 거리두기를 위해 수업을 마친 교사는 5분 뒤 퇴실하도록 했다. 다음 시간 수업 담당교사는 5분 일찍 입실토록 했다.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 휴식도 교사와 함께할 수밖에 없어 불편하기만 했다. 휴식지도에 나선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당분간 학교에서 양치질하기도 어렵게 됐다. 제한된 시간에 학생들이 몰리다 보면 1m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금지한 때문이다.

신병훈련소 방불케 하는 급식시간

급식은 학교에 따라 다소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어떤 학교는 대구시교육청이 개발한 볶음밥과 과일 등 간편급식 메뉴로 교실급식을 했다.

식당급식을 하는 학교는 급식시간이 마치 신병훈련소를 방불케했다. 반별로 나눠 5~10분 간격으로 교실에서 식당으로 출발하도록 했다. 이동 동선도 달리했다. 배식 대기도 바닥에 표시해 둔 1m 거리두기 표식에 맞춰 서야 했다.

식탁에도 정해진 자리에만 앉아야 했다. 칸막이가 설치된 것은 기본이다. 반별로도 서로 다른 구역에 앉도록 했다.

식사를 다 한 뒤에도 그냥 교실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20~30명씩 거리를 두고 모이면 인솔교사를 따라 교실로 가는 형식이었다. 신병훈련소에서 중ㆍ소대별로 지휘관(지휘자)가 인솔해 차례로 식사를 하고 가는 것과 비슷했다.

학교 내 강력한 ‘거리두기’를 위해 심지어 교실 청소까지 학생 대신 교사가 하는 곳도 있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등교수업을 대비해 방역은 물론 30여종의 간편급식 레시피를 개발해 보급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현장지원 의료자문단도 운영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민규 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