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3 (목)

‘채 상병 특검’ 격돌... 거부권에 갇힌 대결의 정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총선 이후 첫 거부권... 임기 중 10번째로 노태우 정부 이후 최다
곧바로 대치 정국... 이재명 "반국민적 행위" 심판론 꺼내 들어
22대 국회도 '입법 강행' → '거부권' 도돌이표 반복돼 협치 난망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예상대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나설 방침이다. 부결되더라도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며 맞섰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10번째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많다. 거대 야당은 법안을 밀어붙이고 윤 대통령은 거부하며 국회로 돌려보내는 대결의 쳇바퀴에 다시 갇혔다. 타협이 사라지고 정치가 실종되면서 총선 민심이 외면당한 채 정국이 짓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누차 특검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가 관건이었다. 헌법 가치인 '삼권분립'을 근거로 댔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특검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며 △야당 단독 강행 처리 △특검 후보 추천권 야당 독점 △현행 사법시스템의 기본원칙 훼손을 문제로 꼽았다. 국민 여론이 특검을 지지하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야권은 거세게 반발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은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며 “말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국민 명령을 거역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과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이 대표는 “반국민적, 반국가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직격하면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가차 없이 걷어찬 윤석열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며 “거부권을 오남용하는 전형적인 행정 독재다. 윤 대통령은 검찰 독재에 더해 행정 독재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아 특검법을 다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민의힘 의석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특검을 재발의하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해왔다. 재의결이 무산되더라도 여야의 극한 대치는 지속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법으로 압박할 태세다. 여야 충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새 총리 인선과 민생 법안 처리를 비롯한 주요 현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과거의 약속을 저버리고 또다시 거부권에 의존했다. 총선 이후 기자회견과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나섰지만 변화와 협치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는 데 그쳤다. 첫 관문인 채 상병 특검법에 제동을 걸면서 정국의 꼬인 매듭을 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10차례 거부권 행사는 노태우 정부 이후 가장 잦다. 노태우(7회) 노무현(고건 권한대행 2회 포함 6회) 이명박(1회) 박근혜(2회) 전 대통령과 차이가 크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번도 거부권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