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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전남 환자들 병원 찾아 헤매다 숨진다… 의대 설립은 '생존권 문제' [2024 미지답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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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답 전남 서부권 포럼' 강연 및 토론회]
사망자 48% 치료 가능, 의료 취약지역 다수
절대적 의사 수 부족, 의대 경제적 효과 2조
"지역형 의대 설립… 정주형 의사 양성 필요"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한국일보

21일 전남 목포시 국립목포대 남악캠퍼스 글로컬스타트업센터에서 열린 미지답 전남서부권 포럼 '국립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전남 발전의 토대가 되다'에 참석한 귀빈들과 참석자들이 의과대학 유치 염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무안=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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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남 서부권에서 발생한 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다. 생사를 좌우하는 최소 시간인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전남대, 조선대)이 있는 광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경우가 적잖은 것이다.

한국일보가 '국립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전남 발전의 토대가 되다'를 주제로 21일 전남 목포대학교에서 개최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남권 의대 유치는 국민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첫 강연을 진행한 박정희 국립목포대의과대학 추진단장은 "치료 가능한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이 44.67%인 데 반해 해남권(해남·강진·장흥·완도)은 49.82%, 목포권(목포·영암·무안·신안·진도·함평)은 48.11%에 육박한다"며 "전남은 전국 유인도의 58%가 밀집된 지역으로 65세 고령인구, 7대 만성질환자 비율, 응급환자 비율이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실시한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결과 목포대 의대의 비교 편익 분석(B/C) 결과는 1.7에 달한다"며 "국립의대 유치는 전남도민과 도서지역 주민들의 30년 숙원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B/C가 1.0 이상이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전남 지역의 경우 의사 숫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임준 인천의료원 공공의료사업실장은 "전남 의사는 100병상당 7.6명에 불과해 서울(35.3명) 대비 2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섬 등 응급의료취약지역도 전남이 17곳(17.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섬의 65%가 전남에 있는데, 58%에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등 의료시설이 없다. 임 실장은 "2022년 기준 건강보험료 납부금 하위 20% 비율은 전국 평균 16.2%에 불과하지만 완도군은 39.7%, 신안군은 33.8%에 육박한다"며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 신안군은 평균 58분, 완도군은 52분이 소요되고 있다"고 비교했다.

전남권 의대 설립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5,000억 원이 넘는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마지막 강연을 한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대 설립 시 생산 효과는 2,643억1,600만 원, 고용 효과는 2,569명으로, 대학병원은 2조5,827억9,300만 원, 고용효과는 2만4,755명으로 집계됐다"며 "의대 설치가 인구 유입 및 소비 증가 효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오 연구위원은 선진국 사례를 들며 "미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등 외국에서는 의료 취약지역에 정부가 직접 의대를 설립해 필요 인력을 양성하고 의대 취약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미지답 전남서부권 포럼에서는 강연에 이어 임준(왼쪽부터) 인천의료원 공공의료사업실장이 사회를 맡고 박정희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추진단장,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경선 전남도의회 부의장이 패널로 참석한 토론이 이어졌다. 임 실장이 토론에 앞서 발언하는 모습. 무안=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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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유치 이후 제대로 된 운영도 고민해야"


강연에 이어 임 실장이 사회를 맡고 박 단장, 오 연구위원, 전경선 전남도의회 부의장이 패널로 참석한 토론회가 계속됐다. 토론회에선 "의대 유치만큼이나 제대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오 연구위원은 "많은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시골이나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를 꺼리고 있다"며 "지역에 필요한 의대 입학생을 선발해 전남의 의료 요구에 맞게 교육하고 시골 지역의 의료 환경에서 의료 경험을 쌓게 하면 해당 지역에 남아 계속 근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 부의장은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의 경우 입학생 가운데 90%가 온타리오 지역 출신"이라며 "졸업 후 지역에 남을 수 있는지가 중요 합격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학생들이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 시 추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선발부터 교육, 수련, 배치까지 전 과정에서 지역사회 체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특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의료취약지에 병원 개원 시 보조금 지원, 간호사 등 보조 인력 인건비 지원, 행정 고용 지원 등 의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마련하는 지자체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며 "전남의 의과대학은 인재 선발 비율을 필요하면 100%로 할당해 지역 정주형 의사를 양성하는 등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 설립은 지역소멸을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라며 "아이를 둔 부모와 노인들이 의사가 없어 도시로 떠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안=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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