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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용수 할머니 "30년 투쟁 과정서 나타난 정의연 잘못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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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6일 만에 경향신문에 공식 입장문 보내

정의연 회계 논란·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논란 관련 입장 발표

"소모적 논쟁 안돼...정의연, 투명한 공개로 신뢰회복해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성금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13일 “(정의연이)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정부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정의연 상임대표로 있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가 정부와 사전 협의한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정의연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진행 중인 논란과 관련해 정의연 측에 철저한 해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논란이 커지자 엿새 만에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조선일보

지난 7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찻집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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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정의연의)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회계 처리 방식과 관련,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정의연이)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하여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하여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성금·기금 등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며 “(그간)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은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했다. 이후 국세청 자료 등을 통해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일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또 이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정의연 상임대표로 있던 윤미향 당선자가 외교부로부터 합의 내용을 미리 전해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윤 당선자에 대해 관련 내용의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하여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에 대한 책임 추궁과 사죄 및 법적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범죄인정과 사죄, 당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법적 배상, 당시 책임자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과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용수 할머니가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 전문.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문>

저 이용수는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란과 관련하여 몇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겪은, 또 일본의 만행을 똑같이 온 몸으로 겪어왔던 할머니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범죄인정과 사죄, 당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법적 배상, 당시 책임자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과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힙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 해결를 위하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그 이후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 많은 활동을 함께 하여 왔습니다. 그간 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전 인류가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과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하여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하여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셋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하여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 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간 우리의 활동은 많은 이들의 공감에 바탕하여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아픔은 또 다른 아픔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보듬어주는 마음에서 치유된다 생각합니다.

그간 국민들께 많은 도움과 치유를 받아왔습니다.

자랑스런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성과를 디딤돌 삼아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루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 이용수는 그러한 가치를 세워나가는 길에 남은 여생, 미력이나마 함께 할 것임을 말씀드리며 많은 분들의 공감과 손잡음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12일
여성인권운동가 이 용 수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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