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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초·중학생 쌈짓돈 어디 썼나"…수요집회 성금 용처 새로운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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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논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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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92)에게 1억원을 이미 줬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은 할머니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문제 제기를 한 핵심은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여해 낸 모금액을 어떻게 썼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내역 불투명 의혹을 지난 7일 제기한 후 진실공방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정의연 전 이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것 아니냐는 공격이 이어지자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도왔던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가 10일 입을 열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시민당 공천을 받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한 데 악감정을 품고 기자회견을 기획했다는 공격을 받은 데 대해 "저는 윤 당선인과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이 할머니가 제게 연락을 해와 주변에 날 도와줄 사람이 하나 없는데 기자를 불러달라고 해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회견 이후 나도 (대구에서) 서울로 바로 올라왔고 할머니께 누를 끼칠까봐 그동안 한 번도 연락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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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특히 정의연 측이 이 할머니의 발언을 반박하며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됐다"고 주장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윤 당선인은 30년 동안 이 할머니와 함께 활동을 해 오신 분이라 앞으로 할머니 얼굴을 볼 낯이 있을까 싶다. 할머니는 지금도 건강하시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없으시다"며 "할머니를 폄훼할 게 아니라 진솔하게 다가가서 할머니께 해명을 하고 용서를 구할 게 있으면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기부금 사용을 둘러싼 이 할머니와 정의연, 윤 당선인 측 주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을 알지도 못하지만, 성금과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연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썼다.

정의연 측도 같은날 입장문에서 "1992년 모금 활동을 전개했으며 당시 피해자 62명에게 250만원씩을 지급했고, 1995년 전 국민 기금모금운동을 진행해 국내외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56명에게 각각 4412만5000원을 전달했다"며 "2015년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 위로금 수령을 반대하며 싸워주셨던 이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하반기 백만시민모금을 진행해 조성된 기금으로 개인당 1억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 드린 바 있다"고 해명했다. 정의연 측은 당시 영수증과 계좌이체증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 증언 관련 활동을 하러 해외를 다니는 과정에서 정의연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도 쟁점이다. 이 할머니는 "내가 비행기만 110번 정도 탔는데 지원을 받은 바 없고 공동대표 직함을 주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연 측은 "(후원금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국제연대 등을 통한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에 사용됐다"며 "2007년 미국 의회 결의안 121호 채택을 위한 이 할머니 등의 증언활동, 2019년 이 할머니가 참석하셨던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활동 등을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수요집회에서 모인 성금 등의 사용 출처를 놓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 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금 목적에 맞게 사업도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연 측도 "모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 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10일 국세청 홈택스에서 정의연의 2016~2019년 공익법인공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4년간 약 49억1607만원이 이 단체에 기부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2억8800만원, 2017년 15억7500만원, 2018년 12억2700만원, 2019년 8억2500만원이었다. 이 중 피해자 지원 사업에 지출된 비용은 4년간 약 9억2015만원이었다. 기부금 총액 대비 18.7% 수준이다. 2017년에 약 8억6990만원이 지출된 것을 제외하면 연간 270만원에서 2434만원까지 쓰였다. 이에 피해자 지원 사업에 쓰이는 돈이 기부금 총액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의연은 11일 오전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상세히 밝힐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정의연 측은 회계 등 현재 불거진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소명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 의견 차이가 큰 만큼 기자회견 이후에도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최 대표는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서울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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