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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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그림 속 나무는 늘 가지가 휘날린다. 조랑말도 바람을 피하고 싶은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간간히 등장하는 그림 속 고개를 숙인 남자는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꽂꽂히 어딘가로 향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폭풍의 화가’ 변시지(1916 ~ 2013) 화백의 70여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망라한 ‘변시지’ 화집(art 누보 펴냄)이 출간됐다.
변 화백은 제주에서 태어나 6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20대 당시 일본 최고의 중앙화단으로 알려진 광풍회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일본인을 포함한 최연소로 최고상을 받고 24세에 심사위원이 된 유일한 작가였다.
이후 30대 일본에서 배운 서양화의 아카데니즘과 철학을 버리고 한국의 고유한 민족정신을 찾고자 영구 귀국한다.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찾고 말겠다는 그의 집념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역사적이라고 여겼던 비원으로 들어가 일명 ‘비원파’라는 별명을 얻으며 극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화풍을 추구하게 된다.
이번 화집은 고인의 실제 작가 노트와 인터뷰, 기고, 강의 노트 등을 토대로 변 화백의 작품세계를 생생히 복원한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그의 작품은 황톳빛이 진하게 배어있다.
70년대 후반, 50대에 접어든 변시지는 그만의 독특한 황토색과 먹색 선으로 제주를 표현하며, 폭풍의 화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번 화집에 수록된 180여 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변시지의 시그너처가 된 황토색 화풍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기별 주요 작품 뿐 아니라, 수묵화 작품도 다수 실려 있다.
제주의 대표화가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생전의 변 화백은 부인하곤 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제주에 대한 사랑과 향수라고 말할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제주는 제주의 것이라는 생각”이라면서 말이다.
변 화백의 그림 외에도 남겨놓은 글이나 말을 통해 그의 생생한 목소리로 작품 세계를 되살리는 시도도 했다. 약 250쪽 분량으로 묶인 화집을 통해 기고문, 채록, 작가노트, 육성기록 등이 그림에 곁들여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2년여의 작업 끝에 이번 화집을 발간한 문화공간 누보 송정희 대표는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의 작품세계에 나 스스로가 매료된 시간들이었다"며 "미술계의 보편적 흐름을 거스르며 전개되었던 그의 독자적 작품세계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그만의 색을 찾기 위한 구도적 자세를 평생 견지했던 예술가의 삶이 제대로 조명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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