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 “황당한 주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래통합당과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때렸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4·15 총선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청와대와 여당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신고를 접수한 부산 성폭력상담소장, 공증을 한 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 사건 대응에 나선 오 전 시장의 측근 등이 모두 '친문 울타리'(곽상도 통합당 의원 주장)인 만큼 청와대와 민주당이 총선 전에 사건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합당·미래한국당의 주장이다. 두 당 모두 각각 진상조사단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왼쪽)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통합당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첫 회의를 열었다. 조사위원은 검사 출신 당선인, 여성 당선인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자리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몰랐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신고를 접수한) 부산 성폭력상담소가 보름 넘게 침묵했는데, 상담소장이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사람”이라며 “또 오 전 시장의 사퇴확인서를 공증해준 곳은 법무법인 부산인데, 문 대통령이 만들었고 대표변호사인 정재성 변호사는 오거돈 캠프의 영입인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인사수석(김외숙 수석비서관)도 법무법인 부산 출신”이라고 했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도 사건 은폐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은 “오거돈 사건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친문이라는 분들 안에서 전부 이뤄졌다”며 “성추행 사건들이 은폐되는 상황을 보면 보이지 않은 권력기관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철저히 함구하게 할 수 있는 건 최고권력기관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금은 권력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확인하는 단계”라며 “청와대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고 저촉되는 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김웅 당선인은 “(오 전 시장이) 4월 말까지 사퇴하겠다고 한 것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증거 은닉을 한 것이다. 성범죄를 저지르든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인식이 나온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미래한국당도 ‘민주당 성추문 특별조사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송희경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전주혜·허은아 당선인,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김은희씨, 신민아씨 등 위원 전원이 여성으로 꾸려졌다. 원유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통합당 진상조사단과 함께 민주당 성추문을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국민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 간사를 맡은 판사 출신 전주혜 당선인은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선거가 끝난 뒤에야 진상을 밝힌 여당”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두당이 협력해 진상조사를 할 것이고, 문제가 발견되면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성추행 은폐 의혹 제기에 대해 “황당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대통령을 연결하려고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2012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법무법인 부산의 지분을 정리했다”고 했다. 앞서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증에 대해 “순전히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연결하는 것은 정말 무리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