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발동도 시사…민주당도 “더는 시간 없다”
비대위장 수락한 김종인 “약속한 건 지급해야” 통합당 기류 변화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 “적자 국채 발행 동의 안 해”…추경 변수
김재원, 기재부와 2차 추경 논의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 맨앞)이 24일 국회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맨앞)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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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공전하던 여야 논의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청와대가 24일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오는 29일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못 박자 ‘적자 국채 발행 불가’를 주장하며 꿈쩍도 않던 미래통합당이 일단 추경안 심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논의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여권은 이날 통합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국민의 편리성과 신속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 270만가구는 다음달 4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전체 가구는 11일 신청을 받아 13일 지급한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준비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 모든 일정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29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며 통합당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국민 여론을 앞세워 통합당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계획한 일정에 지원금을 못 받는 건 야당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건 셈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할 뜻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가 5월15일까지 열리는데, 그때까지 추경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고, 또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때까지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말 그대로 ‘긴급하게’ 지원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신속한 집행’이 생명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실기하면 긴급재난지원금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월 중 지급하는 게 긴급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국민 다수가 전 국민 지급안에 찬성한다는 점도 청와대가 강공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국민 70% 지급안’을 고수하던 기획재정부를 돌려세운 데 이어 야당 반대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통합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선 “회기가 지나 국회가 열릴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정부·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총공세에 통합당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통합당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해왔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더라도 기존 세출예산안을 조정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채 발행을 전제로 한 예산계획서는 심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재부 구윤철 2차관으로부터 정부의 2차 추경 계획안을 보고받고 ‘지방비 분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 동의’ ‘기부금 관련 특별법안’ 등을 가져오면 예산안 심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국채 발행을 전제로 한 정부의 예산계획서도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정부·여당이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으니 그거야 지급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의장은 ‘적자 국채 발행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추경안을 심사하며 국채 발행 문제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실 관계자는 “국채 발행은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정제혁·임지선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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