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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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은 그간 미국이 개입해온 여러 분쟁들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굳어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역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 패권 국가로서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과감하게 한쪽 편을 들고 때로는 동맹에도 고지서를 보내 비용을 청구하는 일방주의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이런 기조는 2기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자지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을 조 바이든 정부와 차별화해온 핵심 지점이었던 만큼, 취임을 전후해 ‘두 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당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해묵은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 왔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일방 선언할 만큼 과감한 행보였다.
이번에도 그는 재선 승리 일주일 만에 친이스라엘 강경파 인사들로 외교·안보 요직을 채우며 중동정책 방향성을 예고했다. 미국은 정권을 막론하고 이스라엘에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왔으나,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도 최소한 ‘중재자’ 시늉은 냈던 바이든 정부와 달리 노골적인 ‘편들기 행보’를 예고한 것이다.
유로지중해인권모니터 연구원 무함마드 셰하다는 “트럼프가 가자 종전을 추진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숙원인 서안지구 합병과 가자지구 군사 점령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지역 불안정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팔레스타인을 희생해 이스라엘에 이익을 주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마주한 중동 상황도 과거보다 한층 복잡해졌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이란을 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한편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이란 견제’를 위한 거래에 중점을 둬 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 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다가 불발된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수교는 가자 전쟁 이후 사우디의 기류가 달라져 수교 협상의 재개 여부가 안갯속이다.
미국 대선이 다음날인 2024년 11월5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거리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축하하는 대형 광고판이 내걸렸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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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에만 힘을 실어주는 일방 노선을 견지하며 아랍국들의 반발을 부른 가운데 이란과 친미 아랍국 사이의 긴장은 과거보다 완화됐다. 2023년 중국 중재로 성사된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는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축소된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이 총체적인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신조인 ‘거래 성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의 중동정책 방향성과 그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4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방향 전환은 더 극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방어를 약속했던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24시간 안 종전”을 공언할 만큼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손을 떼고자 한다.
현재로선 트럼프 차기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무기로 전선 동결, 즉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포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포기를 전제로 한 종전 협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를 위한 병력 지원 및 감독이 ‘유럽의 몫’이라고 못 박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발을 빼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미국의 지원 없이 유럽이 우크라이나 현안을 고스란히 떠안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종전 구상을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가테 드마레 유럽외교협의회(ECFR) 선임 정책연구원은 “트럼프 재선 이후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정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 왔다”면서 “트럼프 2기 정부가 당장 종전 협상 유인책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경우, 유럽은 향후 대응을 놓고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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