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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엄두도 못내게… 보기만 해도 강력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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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지털 성범죄 형량 강화… 미성년 의제강간 16세 미만 상향

범행 준비·모의만 해도 처벌하고 피의자 신상정보 적극 공개 추진

"취지 공감하나 무리 따를 수도" 법조계·수사당국선 우려도

'n번방' 사건에 대한 엄벌(嚴罰)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부는 23일 성 착취물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범죄(重大犯罪)로 처벌하는 방안들을 쏟아냈다. 성 착취물은 갖고만 있어도 처벌 대상이고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은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한 상태여도 처벌된다. 또한 성 착취물 제작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성폭행 및 미성년자 강간은 준비·모의 단계에서 예비·음모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재로 이날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하고 형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물, 딥페이크(AI로 만든 가짜 영상)와 같은 합성 음란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된 영상 등을 '디지털 성범죄물'로 규정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 기소)씨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공범에게 중학생 A(15)양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에서 성폭력을 모의하고 오프라인에서 실행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서는 모의만 하고 실제 범행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예비·음모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성년자 강간 행위도 마찬가지다.

또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것만으로도 강간죄를 적용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은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여 성적 착취를 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성 착취물을 소지해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학교·어린이집 등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조씨와 공범 강훈(18)씨 신상이 공개된 것과 같이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종전에는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만 신상 정보 공개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 신상 정보 공개 심의위를 열어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성 착취물 공유 채팅방은 범행이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수년간 적발되지 않고 운영됐다.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것도 일반 시민들이 경찰과 언론에 실태를 끝없이 고발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일반 시민이 성 착취물 제작·유포자를 적발해 기소까지 갈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n번방 파파라치'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관이 미성년자로 위장해 n번방에 들어가는 '잠입 수사'도 추진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대책이었으나, 일부 내용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대로 적용되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비·음모죄는 굉장히 이례적인 형법 처벌인데 실무적으로 적용이 가능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더리드 최창호 변호사는 "살인이나 내란, 폭발물 사용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한 예비·음모죄를 범죄 빈도가 높은 성범죄에 적용하면 처벌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수사 기관 자의가 개입돼 처벌 공평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n번방 파파라치' 제도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포상금을 노리고 파파라치 활동을 하려다 n번방 회원이 되거나 성 착취물을 소지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고, 성 착취물 소지·구매자로 적발된 인물이 '신고하려 잠입했다'고 악용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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