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총선 승리 격려하자
이낙연 “대통령의 공적” 화답
대표 도전 힘실어줬다는 해석 나와
이낙연 측 “벌써 당권 얘기는 부담”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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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7일 따로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복수의 여권 핵심 인사가 20일 말했다. 총선 대승을 거둔 4ㆍ15 총선 이틀 뒤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위원장을 격려했고,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공적”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종로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도 “대통령 덕분에 이런 선거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당일 청와대 몇몇 참모들로부터 “(전당대회에) 나오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8월, 전당대회를 여는 민주당에선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가 최근 관심사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측근 인사는 2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을 움직이는 친문 실세 인사도 최근 이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로 말했고, 이 얘기가 이 위원장한테도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엔 유력 차기 대권 주자가 당권까지 거머쥐면 대통령 레임덕이 일찍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그간 있었다. 이때문에 친문 그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일부 참모진과 친문 핵심이 이 위원장 당권 도전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냄으로써 이 위원장 주변에선 “큰 걸림돌이 해소된 셈”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선지 이 위원장 주변에서는 총선 대승 이후 조심스럽게 당권 도전을 제의하는 기류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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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 당권 도전에 힘을 싣는 논거는 또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몰락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기류다. 지난 17일 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해찬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고, 20일 당 의원총회에서 5선 원혜영 의원은 “열린우리당 때 초기에 선명 노선으로만 치달았다가 어려워졌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대거 당선돼 '탄돌이'로 불린 초선 바람을 타고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했지만, 4대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큰 파열음을 내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기 위해선 균형감을 갖추면서도 그립(장악력)이 센 이낙연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출마하면 그와 가까운 설훈ㆍ이개호ㆍ오영훈 의원 외에 이번 총선 당선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4ㆍ15 총선에서 38명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중 22명이 당선됐다. 선거운동 때 ‘이낙연 대망론’ 효과를 본 호남 지역 당선인들도 친이낙연계가 될 수 있다. 다만 당 대표가 돼도 당권ㆍ대권 분리를 명시한 민주당 당헌ㆍ당규에 따라 이 위원장의 임기는 차기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까지로 제한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4.1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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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당 대표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위원장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당권 레이스 경쟁이 치열해지면 내상을 입을 수 있고, 설사 대표가 돼도 일부 강경파의 좌충우돌로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 있어서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심한 흔들기가 있으면 대선행에 역효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 본인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최측근 인사는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안돼 당권 얘기를 꺼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게 이 위원장 입장”이라며 “종로 당선 후 언론 인터뷰 요청이 많은데 당권 얘기가 나올 거 같아 거절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위원장 측은 8월 전당대회가 가까워지고 '이낙연 리더십'에 대한 요청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방식의 그림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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